월요일인데 무슨 휴일이에요

231.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셔츠를 꺼내 입고, 가방을 챙기고, 머릿속으로는 이번 주 일정을 정리했다. 퇴직 두 달 차라지만, 여전히 나는 ‘주간 계획표’로 하루를 연다. 몸은 조직을 떠났어도 사고방식은 근무 중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컴퓨터를 켰다.

세상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서울에서였다.


허시명 교장 선생님이었다. 막걸리 학교를 운영하는, 술을 문화로 읽는 사람. 목소리는 늘 그렇듯 맑았다.


“연휴인데도 오늘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계시네요.”


나는 잠시 멈췄다.

연휴라니?


“연휴요? 오늘 월요일 아닙니까? 월요일에 일해야죠.”


전화기 너머로 웃음이 흘렀다.

나는 진지했다. 월요일은 일하는 날이다. 월요일이 연휴라는 발상은, 아직 내 세계관에 등록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일정이 있나 싶어 삼실 장비 설치 건으로 디자인 회사에 연락했다. 이번 주 일정 조율이 필요했다.


대표가 말했다.


“오늘 징검다리 연휴라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해서요. 내일 말씀드릴게요.”


징검다리.

3.1절 대체휴일.


그제야 휴대폰 달력을 열어보았다.

빨간 글씨가 월요일 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 빨간 글씨를 보며 한동안 웃었다.

세상이 쉬는 날, 혼자 월요일을 살고 있었던 셈이다.


생각해 보면 퇴직 전의 나는 연휴를 사랑하지 않았다.

연휴는 ‘행사 동선 재조정’이었고, ‘인력 배치 변경’이었으며, ‘예산 집행 마감일의 압박’이었다.


달력의 빨간 날은 쉬라는 신호가 아니라, 대비하라는 경고였다.


그래서일까.

퇴직 두 달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월요일을 믿는다.

월요일은 일하는 날이라는 단단한 신념.


허시명 교장 선생님은 연휴에도 막걸리를 빚고 계셨을 것이다. 발효는 공휴일을 모른다. 술은 달력보다 느리게, 그러나 정확하게 익는다. 그분의 한마디는 내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연휴에도 일하고 계시네요’라는 말은

‘아직 당신은 살아 있군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비가 내리는 사무실 창밖 바다는 한가로웠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천천히 걸었다.


나는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월요일의 자세로.


그 순간 깨달았다.

퇴직이란 직함을 내려놓는 일이 아니라,

달력의 색을 다시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일만 하며 살았던 사람은 ‘쉬는 날’을 모른다.

그리고 쉬는 날을 모르는 사람은, 사실 아직 완전히 물러난 게 아니다.


저녁이 되자 하루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우스웠다.


누군가는 연휴를 즐겼고, 누군가는 막걸리를 빚었고, 나는 월요일을 지켰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근무 중인지 모른다.


다음번에는 빨간 날을 미리 확인해 보리라.

그리고 혹시 또 모르고 출근하게 되더라도,

그날은 바다로 곧장 걸어가 맨발로 모래를 밟아야겠다.


월요일과 연휴 사이를 잇는 나만의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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