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죽서루, ‘출렁다리‘ 기억하십니까?

233.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사라진 다리 위에서, 시간을 건너다

죽서루 출렁다리의 추억 소환


바람이 먼저 건너던 다리가 있었다.

사람보다 먼저 흔들리고, 마음보다 먼저 흔들리던 길.


1970년대, 삼척 죽서루 아래에는 하늘과 강 사이를 가늘게 잇던 출렁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위태롭고 소박한 구조였겠지만, 그 시절 그 다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었고, 하나의 이야기였다.


죽서루가 ‘관동팔경 제1루’라는 이름으로

시와 풍류를 품고 있었다면, 출렁다리는 몸으로 체험하는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다리를 건너는 일은 발을 디딜 때마다 흔들리는 그 진동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중심을 찾았고, 동시에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을 배웠다.


오십천은 다리 아래에서 조용히 흐르고, 바위 절벽은 묵묵히 시간을 견디며 서 있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인간이 자연과 맺는 가장 겸손한 방식의 선이었다.


아이들은 웃으며 뛰었고, 어른들은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면, 다리는 더욱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붙잡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다리는 사람을 연결했고, 풍경을 연결했고, 시간을 연결했다.


그러나 출렁다리는 사라졌다.


세월은 언제나 더 안전한 길을 만들고, 더 견고한 구조를 요구한다.

흔들림은 위험으로 분류되었고, 체험은 효율 앞에서 자리를 내주었다.


지금의 죽서루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시절의 죽서루에는

“건너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었다.


그 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는

완전히 닿을 수 없던 감각,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던 풍경.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단지 하나의 구조물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흔들림을 통해 균형을 배우던

그 오래된 방식의 감각을 잃은 것일까.


출렁다리는 불완전했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었다.

조금은 위험했고, 그래서 더 생생했다.


이제 그 다리는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빛이 바랜 필름 위에서, 누군가의 젊은 날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기억은 다리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로, 누군가의 글로, 다시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그리고 그 다리 위에서

문득, 바람이 먼저 지나간다

삼척 죽서루 출렁다리(1970년대), 사진_ 김주수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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