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을 읽고

100. 만학일기

by 조연섭

밤새 읽은 신간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아픈 척추로 누워 쓴 동생의 유언 같은 기록


어제 오후, 기다리던 책 한 권이 도착했습니다. 사촌 동생 문경희 간호사 작가사 쓴 에세이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입니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부터 목이 메었습니다. 아픈 척추 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해 누운 채로 한 자 한 자 눌러썼다는 것을 알기에, 표지를 쓰다듬는 손길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결국 어젯밤, 나는 동생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동생은 ‘27년 간호사로 살아오며 암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봐온 베테랑 간호사‘ 였습니다. 남들은 며칠도 버티기 힘들다는 그 고통의 현장에서 동생은 수많은 이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늘 든든하고 강인한 '백의의 천사'였던 동생. 하지만 정작 본인의 몸속에 뇌종양이라는 불청객이 자라나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남의 병만 고쳐주던 동생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진단서를 받아 들었을 때를 상상해 봤습니다. 세상을 원망할 법도 한데, 동생은 오히려 그 절망의 끝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척추 통증으로 앉아 있을 수조차 없는 고통 속에서도 동생은 누운 채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자신이 돌봤던 환자들에게 바치는 헌사였을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서 동생은 고백합니다. 자기가 환자들을 살리고 있다고 믿었던 그 교만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죽음 앞에서도 치열하게 오늘을 살던 환자들이 자신을 살리고 있었던 시간이었음을 말입니다. 27년의 경력 끝에 환자가 되어보고서야 비로소 '진짜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문장에서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동생은 이제 말합니다. 지금의 삶은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로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입니다.


밤새 책을 읽으며 내가 본 것은 투병의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을 뚫고 피어난 눈부신 생의 의지였습니다.


경희야, 고맙다. 견뎌내 주어서 고맙고, 이 귀한 진심을 세상에 남겨주어서 고맙다. 너의 '안녕하지 못한 날들'이 이제는 이 땅의 수많은 아픈 영혼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가 될 거라 믿는다.


오늘도 병원 복도를 걷고 있을 수많은 '문 간호사'들에게, 그리고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 멈춰 선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내 동생이 누워서 쓴 이 눈물겨운 기록이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입니다.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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