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논골담길 커먼즈
나에게 있어 아침은 언제나 바다에서 먼저 온다.
눈을 뜨면, 아직 말 걸지 않은 파도가 차창밖에 머물러 있다.
집에서 10분, 그 짧은 거리 안에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담겨 있다.
비가 그친 뒤 차가운 모래 위를 맨발로 디디며 온몸은 전율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건강한 몸으로 일어났다는 것, 오늘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내 곁에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건네는 축복처럼 느껴지는 아침이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시작해 본다.
고맙다는 말로.
오늘, 작은 실험이 시작된다.
논골담길 끝자락, 바다와 도시 사이에 걸쳐 있는 그 공간…
‘논골담길 커먼즈’.
그곳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가 머무는 자리다.
도시를 사유하고 사람을 연결하며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순환시키는 공간.
나는 그곳을 ‘사랑방’, ‘공론장‘이라 부른다.
오늘 그 사랑방에서 첫 번째 북토크가 열린다.
이름하여, 연결의 진화.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 시간,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이 겹쳐지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을 쌓아 올리는 데 익숙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쌓기보다 연결한다.
확장보다 순환을 택한다.
작은 이야기 하나가 다른 삶으로 건너가고,
그 삶이 다시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는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
그것이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
도시는 결국 사람의 얼굴을 닮는다.
어떤 도시는 빠르고 어떤 도시는 크지만, 어떤 도시는 따뜻하다.
나는 동해가 따뜻한 도시이기를 바란다.
바다를 곁에 두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맨발걷기를 10분이면 만나는 도시,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도시.
오늘 이 작은 사랑방에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 연결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도시는 비로소 숨을 쉰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다시 한번 고맙다 말한다.
이 길을 걷게 해 준 몸에게, 이 시간을 허락해 준 하루에게, 그리고 함께 연결될 당신에게.
오늘, 묵호는 조용히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