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8. 기획자가 답하다. 묵호 논골담길
뮤지컬 대본을 쓰며 기다리는 묵호의 봄!
뮤지컬 대본을 쓰며 묵호의 봄을 기다립니다. 평소 묵호와 논골담길을 유난히 좋아했던 분, 현직 기자이면서 문학 활동을 하는 임봄 문학평론가와 묵호와 논골담길 원형을 기억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순서는 평론가가 궁금해하는 ‘논골담길’을 기획자가 답하고 기획자가 평론가에게 질문한 내용을 평론가가 답변하는 ‘조연섭 브런치‘입니다.
임봄 문학 평론가 질문을 기획자 답변으로
논골담길 원형과 묵호를 알아보겠습니다.
Q1. 아무도 관심 없던 논골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 방송일에 종사한 직장 일로 논골을 자주 방문하면서 마을 주민을 통해 묵호를 알게 됐죠. 1976년 10월 28일에서 11월 4일 사이에 대화퇴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448척 가운데 45척이 날씨폭탄으로 인한 풍랑으로 침몰, 파선되고 317명의 선원들이 사망·실종된 대화퇴 사고, 오징어와 명태를 건조하던 덕장과 오징어를 지고 나르던 바지게, 고무 대야 이야기, 무작정 묵호로 따라와서 정착한 할머니들의 이야기 등 고단한 묵호 사람들의 생활문화와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며, 그런 기억들을 추억의 골목길 문화와 접목시켜 로컬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Q2. 힘든 여정들이 있으셨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첫째, 민간 주도 공모사업의 한계로 오는 각종 고민입니다. 예를 들면 중장기 계획 수립도 불투명하고 작가도 프로그램이 끝나는 동시 실업자 신세가 되는 문제들의 반복이죠. 둘째, 프로그램 기획자와 초기 작가들의 프로그램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지역형 ‘젠트리피케이션‘ 사례입니다. 한번 문의도 없이 외주용역이 진행되면서 떠나는 작가들을 바라봐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입니다. 이겨내는 과정은 시간이 답이었고 논골담길 추진에 있어서 문제의식과 정확한 현실진단이 적중했죠. 힘없는 문화노동자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등대음악회, 뮤지컬, 대중가요 제작 등 논골담길 문화 콘텐츠 만들기 도전이죠. 세월은 13년이 흘렀고 그 시간은 힘든 여정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묵호와 묵호 사람의 재발견, 미래에 대한 희망
Q3. 자리 잡아가던 시절, 논골담길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어족자원 고갈, 도시 공동화, 인구소멸, 고령화 등 사회적 여건 변화로 묵호와 논골 마을은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왔었다. 마을 원주민 빼고는 인적도 드문 묵호 등대마을에 논골담길이 조성되면서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고, TV를 켜면 묵호 영상과 이야기, 신문 지면은 묵호 논골담길 사업 이야기로 가득했다. 횟집 거리는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음식물쓰레기 수거 횟수가 늘어나고, 2011년 마을에 음악회를 개최하기 시작하자 어르신들은 담길을 만들어 사람 사는 동네 만든 것도 고마운데 볼거리 공연까지 해주냐며 꼭 안고 눈물을 흘리던 마을 어르신도 기억난다. 성장하던 과정을 보면서 기획자 편에서 논골담길 가치는 고단한 삶과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묵호와 묵호 사람의 재발견,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4. 논골담길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묵호의 모습은 흑백이며, 회색의 도시입니다. 기획자인 필자가 원하는 논골담길은 화려한 시설과 요란한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고요하고 잔잔한 묵호의 원형을 간직한 ‘논골담길 가치가 잘 조명되고 묵호의 문화와 이이기로 성장하는 소박한 마을’입니다.
Q5. 논골담길을 추진하는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숨은 비밀 한 가지나 가장 기억에 남는 관계자 이름들은 없나요?
비밀이야기는 없었고 기억에 남는 사람은 많습니다. 13년간 프로그램을 응원해 주고 함께 울고 웃던 등대경로당 이춘자 회장님을 비롯한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이 생각납니다. 논골담길 조성에 도움 준, 고 김인복 통장과 현장 감독으로 벽화 길을 설계하고 기획을 총괄한 착한 유현우 작가, 논골담길 이름 작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먹태와 소주를 즐기던 김정호 작가 등이다.
삶이 감성을 일깨우다. 길의 미학 ‘논골담길’
다음은 필자가 평론가 임봄 선생님에게 드린 질문 답변을 정리합니다.
Q. 논골담길을 어떻게 아셨어요?
도시재생이 잘된 곳을 찾아 기획 기사를 쓰려던 중에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논골담길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논골담길은 첫 느낌이 궁금해요?
처음 논골담길이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는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왠지 논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처음 논골담길에 도착해서 그 길을 걷다 보니 그 느낌이 맞는구나 생각했어요. 정말 논길을 걷는 것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길에 담벼락에는 이곳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그려져 있었거든요. 참 정겹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논골담길의 매력이라면?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 마을을 소개하고, 그런 과정들이 논골담길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돈이 아닌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스스로가 소중하게 여기면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죠.
Q. 논골담길에서 글도 쓴 걸로 아는데 혹시 한편 소개 부탁해요.
논골담길에서 보았던 별들이 참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어요. ‘동해로 고고’라는 노래 가사도 써서 대중가요로 발표되기도 했죠? 이 시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내려다본 지상의 불빛들을 보며 쓴 시인데 논골담길 꼭대기에 있는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바라본 묵호항의 불빛도 꼭 이랬답니다. 제목을 ‘논골담길’이라고 바꿔볼까요?^^
논골담길 _ 임봄
그토록 찾아 헤맨 별이
저곳에 있네
온몸이 캄캄해졌을 때
사막 가득 빛나는
사람의 별무리
Q. 묵호와 논골담길을 한 줄 기사 제목으로 만든다면?
삶이 감성을 일깨우다. 길의 미학, ‘논골담길’
Q. 앞으로의 계획?
최근에는 뮤지컬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 두 개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고, 어제 막 탈고한 대본 하나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논골담길에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처럼 제가 쓰는 뮤지컬 작품에도 사랑과 눈물, 굴곡과 애환이 녹아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임봄_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