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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Sep 14. 2023

소주 마실 때 물도 마셔?

93.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소풍

국내 1호 술평론가 허시명, 사진_조연섭
알고 마시면 더 맛있고 즐거운 술

혼자 떠나기 좋은 조용한 동쪽나라 동해 묵호에 둥지를 튼 여행책방 <잔잔하게>가 책을 주제로 문화를 담는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출판문화가족진흥원 지원 공모사업, <오늘의 서점> 마지막 프로그램이 12일 저녁 7시 동해 여행책방 <잔잔하게>에서 진행됐다. 채지형 작가는 모두발언에서 “잔잔하게는 여행책방인 만큼 여행, 책방의 특성과 지역성을 잘 반영해 공모에 선정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해파랑길 걷기, 어반 드로잉, 유럽여행, 한 여름밤의 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라고 했다.

막걸리와 술을 주제로 주당천리 등 10권 이상 책을 쓰고 <술은 떡이 되게 마시지 말고 덕이 되게 마셔라!>, 술은 향기로 마신다>, <술에는 인생을 건 장인이 있었고 세월이 쌓아놓은 제조 비법이 있었고 곰삭은 문화가 있었고 휘청거리는 역사도 있었다> 등 많은 술 분야의 어록을 남기기도 한  주당천리의 저자 허시명 술 평론가가 이날 멘토로 참여했다. 오늘의 주제는 이날은 입체적인 주제의 우리는 무얼 마시고 있나? <알고 마시면 더 맛있고 즐거운 술>이다.

허시명 어록 뉴스 진행 손석희 아나운서, 사진_JTBC영상 캡처

기존의 희석식 소주를 증류기를 활용 높은 온도에 걸러 맛도 봤다. 토닉워터를 타서 하이볼 소토닉으로 마시는 체험도 했다. 드라이진과 토닉워터를 타서 칵테일 진토닉을 만들고 마시던 대학시절을 기억하기도 했다. 증류기에 불을 붙이고 기존 소주 3병을 넣고 증류를 시작해 어느 정도 온도가 오르고 술은 증류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증류기에 남은 술 잔량의 달콤한 맛과 증류된 높은 온도의 술을 맛보며 증류과정을 체험했다. 가벼운 안주와 증류된 소주 맛은 희석식 소주와는 달랐다. 처음 술이 들어가자 몸은 열이 나면서 취기가 오름을 느끼게 됐다. 평소 소주의 취하는 기분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술 마시고 30분이 흘렀을까 술은 깨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자리에서 허교장은 술맛 표현은 명사형으로 표현해야 정겹다며 <예를 들어 솜사탕 맛이다.>처럼 예로 들면서 명사형이 전달력이 좋다고 했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과 인연은 2019년 동해 송정막걸리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였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박사의 소개로 제1회 송정막걸리축제에서 필자와 막걸리토크쇼를 진행하고 이후 동해문화원이 행정안전부 인구소멸지역 지원 공모사업으로 삼화동 소재 폐 양조장을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 강사로 참여하는 등 지역과 관련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허시명 술 평론가에게 즉석에서 질문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는 채지형 작가
제1회 송정막걸리축제 막걸리토크쇼, 우_허시명교장

Q_ 주량은 어떻게 되십니까?

친구들에 비하면 약하지요. 같이 대화를 하는 게 좋아한 잔씩 하는 정도죠. 대학에 들어와 마시기 시작했으니 고등학교 친구들은 제가 술 마시는 줄도 모를 걸요. 말술 마시는 술꾼이었다면 살아 있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하는 일이 그렇잖아요. 매일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게 돼요. 저는 술맛을 느끼고 평가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과음은 하지 않습니다.

Q_ 막걸리학교의 분위기가 궁금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네 우리 막걸리학교는 다양한 계층이 참가하기 때문에 술 마시며 토론하는 수업시간이 가장 인기다.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전통막걸리와 개량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던 맛들을 경험 한다. 색상, 탁도, 향기, 첫맛, 뒷맛 등을 꼼꼼하게 비교 분석해 보는 시간이다. 그러나 술에 사로잡혀 비틀대거나 주정이라도 부리면 바로 퇴학 조치가 내려진다니 아무리 흥에 겨워도 경거망동은 금물이다.

Q_ 가장 맛있게 먹은 술은?

술의 맛은 술의 맛보다 어떤 사람과 술을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중국의 옛말에 <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 주봉지기천배소, 화불투기반구다>, “술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마시면 천 잔으로도 부족하고, 말은 마음이 맞지 않으면 반 마디도 많은 법이다.”를 연상하는 답을 주셨다. 길은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해 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라며 술도 사람이 중심임을 강조했다.

Q_ 소주를 가장 건강하게 마시는 법?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알코올에 물을 타 만드는 희석식 소주다. 나라별 증류주 이름을 보면 중국은 빠이주, 일본은 쇼추, 영국은 위스키, 진, 프랑스는 브랜디, 이태리는 그라파, 유럽은 아라크라 부른다. 소주를 가장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은 소주 한잔을 마시면 물을 한잔씩 같이 마시는 게 좋다. 물은 알코올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Q_ 술 기행을 즐긴 이유?

글 쓰는 사람은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여행지에서 만난 양조장에 들렀다가 평생을 우리 술에 바친 장인을 만났어요.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술을 한 잔 마셨는데 한 편의 글이 저절로 써지더라고요. 그 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며 술 기행을 시작했죠.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술 찾아 떠납니다.

나가는 말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여행작가 채지형, 조성중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이곳은 2021년 말 문을 열었지만 전국에서 알려진 동해 명소가 됐다. 이유는 두 작가들의 유명성도 있지만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책방과 연계하는 과정 때문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책방 공간이 좁아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잔잔하게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쉽게 접하지 못하던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책방은 오히려 오래 남는 로컬브랜드가 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대되는 소박한 희망들이 싹트는 공간이다. 여행책방에 어울리는 사례도 늘어난다. 홍보 프로그램을 보고 여행 목적지를 아예 묵호로 정하고 여행과 같이 참여하는 참가자가 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도 경기도에서 프로그램을 보고 묵호 여행을 겸해 참가한 분이 계셨으나 먼저 이동하는 바람에 정확한 개인정보는 알 수 없었다.

하이볼에 얼음 담아주는 채지형 작가, 사진_조연섭
허시명 교장이 쓴 술 주제의 책, 사진_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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