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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Dec 26. 2023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62. 매거진 동쪽여행

차 시동이 안 걸려요

아침 7시 30분 택시로 삼실 도착, 전날 송년회로 세워둔 출퇴근을 돕는 애마 크루즈에 올라 시동을 걸자 시동이 마치 숨 넘어가듯 겨우 걸린다. 가까운 시청 뒷산이 있는 동해문화예술화관 전시실 앞까지 아침 시록봉(시청 뒷산에 있는 소초록봉) 맨발 걷기 장소로 이동, 맨발 걷기 아침 걷기에 들어갔다. 약 30분 정도 맨발로 걸은 다음 다시 차량으로 삼실까지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걸자 이번은 아예 시동이 안 걸린다. 몇 차례 리모컨을 사용하자 나중에는 리모컨까지 방전되는 모양이다. 아예 차량문까지 닫히지 않는다. 이때 옆길을 지나는 소형차들이 씩씩하게 지나간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차량이 시동이 안 걸리다니 황당스러웠다. 온갖 생각으로 갈등이 이어진다. 보험회사 연락을 할까? 날씨가 추워서 얼어서 그럴까? 기다리다 따뜻해지면 시동을 걸어보고 아니면 보험회사로 전화하기로 했다.

한파로 보험 서비스 상담대기 200명 넘어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11 시서 12시까지 다시 몇 차례 시동을 걸어봤으나 아예 리모컨 자체가 작동이 안 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가족에게 보험회사가 어딘지를 확인하고 보험회사에 고장신고 전화를 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전화연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방송과 50명의 대기 상담자가 있다는 것이다. 도중에 전화를 끊었다. 한참 뒤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대기자가 200명이란다.

6.25는 전쟁도 아닌 하루

6.25는 전쟁도 아니었다. 확 전화를 끊었다. 생각하다가 지인이 팁을 알려준다. 일반레커를 불러 쓰고 영수증을 보험회사에 청구하면 된다는 방식을 알게 됐다. 방송시절 알게 된 애니카랜드의 선배에게 요청했다. 선배도 한파로 부르는 회사차량이 많다고 보험회사를 부르는 게 빠르다는 것이다. 불러도 200명이 대기다. 도와달라고 카센터 대표 선배에게 애원했다. 불쌍했는지 지나는 길인지 잠시 뒤 레커가 급하게 도착했다. 차량을 보닛을 열고 배터리에 라인을 걸자 배터리 남은 수명은 4%로 사망 직전이다. 이때 시동 걸어봐 하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량 운전석에 들어가 시동을 걸자 리모컨 키가 작동을 안 한다. 몇 차례 실패하자 못 믿어 다시 선배가 같은자리로 이동 시동을 걸더니 “리모컨 키 배터리부터 사서 보험회사차 부르는 게 빠르다“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필자는 방전된 리모컨 키를 들고 흥국생명 옆에 있는 시계방으로 이동해 5천 원 주고 배터리를 우선 교체했다. 차량까지 10분 정도 걸어와 보험회사에 다시 요청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반복되는 한파로 대기자가 100명이란다. 한파를 예상해 상담자를 늘이던가 대책을 세워야지 보험 가입만 시키고 서비스가 이런가? 혼자 중얼거리다 또 가까운 레커 도움을 받기로 평소 알고 차량을 점검해 주는 이도리 K_자동차 ㅇㅇ정비사에게 요청을 했다. 정비사는 차량번호를 알려달라며 기다려보라고 했다.

잠시 뒤 레커가 현장에 도착했다. 역시 보닛을 열고 배터리에 남은 용량을 확인하니 6% 정도 남았다. 앞 레커가 2%를 추가 충전하고 떠난 셈이다. 차 안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자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렸다. 사장님 레커 경비는 얼마 드릴까요? 하니 사장님은 괜찮아요 하며 자리를 떠나기 전 <배터리는 교체해야 되겠습니다>라고 하시고 슝! 자리를 떠나셨다. 바로 소개해준 K_자동차 ㅇㅇ로 배터리 교체를 위해 달렸다. 아들이 ㅇㅇ통닭 지점을 운영하면서 아빠가 힘없는 가스차를 가지고 있다고 바꿔준 중고차였다.

이차는 아직 배터리 교체 안 하셔도 됩니다

배터리가 오래됐겠지 하고 달려 도착한 카센터 여기도 손님이 개락이다. 한참을 기다려 차량 점검이 시작됐다. 오래 걸리지 않고 배터리 교체를 준비하던 정비사는 빨리 보닛을 닫고 필자를 부른다. 정비사는 말씀하시기를 “사장님 이 차 배터리는 2021년 교체 됐기 때문에 교체를 안 해도 됩니다”라는 것이다. 난 갑자기 아직도 이렇게 양심적인 사람이 있나 하면서 나의 세상 보는 눈을 바꿔야 하겠구나 반성을 하게 됐다. 내 눈으로 세상을 본 것이다. 그냥 배터리만 바꾸고 얼맙니다. 하면 교체하는 그런 세상으로만 본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해서 워셔액만 가려 차량 시동 사태로 벌어진 모든 긴급수리는 카센터의 이름 모를 따뜻하고 정직한 한 정비사 기억을 남기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행복한 결론으로 끝이 났다.

나가는 말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나눔과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서 이렇게 정직하고 양심적인 정비사를 만난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비사는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하고 평소 알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주변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힘 있는 사장도 아닌 젊은 직원 정비사의 용기 있는 정직함으로 평생고객을 만드는 사례를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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