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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묵호에서 라면 먹고 갈래?

Q41. 기획자가 답하다. 묵호 논골담길

by 조연섭


라면으로 봄날을, 봄날은 간다!
묵호 삼본아파트(이영애, 영화캡쳐)

라면 먹고 갈래요? 라면으로 시작해 라면으로 봄날을 보낸 영화, 영화가 끝나면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영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영화가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도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딱히 불꽃같이 타오르거나 죽고 못 사는 애절함 없이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 어찌 보면 밋밋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한 번쯤 겪어볼 만한, 혹은 겪어봄직한 일을 담아낸 것이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풋풋한 시절 이영애와 유지태가 나온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는 되겠다,

‘봄날은 간다 ‘ 배경의 중심, 묵호!

가수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도 좋아하고, 요즘도 가끔씩 봄이 올 때면 찾아 듣곤 한다. 근 20년이 되도록 기억되는 영화인 것은 틀림없는데, 작중에서 중요한 장면과 대사들이 나왔던 은수(이영애)네 아파트가 바로 동해시 논골담길이 있는 묵호에 있다.

유지태, 이영애가 살던 묵호 삼본아파트

동해시 묵호동에 있는 '삼본아파트'가 바로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연인으로 시작하고 끝나면서 중요한 대사와 장면들이 나왔던 곳이다. 아파트 입구 바로 옆 작은 주차장,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택시가 있는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라면 먹고 갈래?" 대사가 나온 곳이다. 정확히는 "라면 먹고 갈래요?"였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바로 옆 아파트 사이 공간으로 멀리 바다가 보이는 길은 이별 장면을 담은 곳이다. 은수가 "헤어지자. 우리 헤어져."라고 하니까, 상우(유지태)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했던 곳이다.


물론 지금은 예전과 많이 바뀌어서 정확히 그 장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눈이 가진 희한한 특성인 '걸러서 보기' 기술을 발휘하면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영화 장면속 버스와 묵호 등대마을 거리

상우가 은수를 만나려고 타고 온 버스를 내려서 걸어왔던 곳. 영화에서는 저 길 끄트머리쯤에 버스 정류소가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게 많이 변했다. 영화가 개봉한 때가 2001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때는 이 일대에 삼본아파트 말고는 별다른 건물이 없었다는데, 동해문화원이 조성한 논골담길 관계로 지금은 주위에 다른 아파트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왼쪽 옆에 보이는 건물도 영화에서는 없었고, 길 주변 모습도 좀 바뀌었다. 하지만 길 자체는 남아있으니까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볼 수는 ‘라면 먹고 갈래?'는 밤에 은수를 데려다줬을 때 나온 대사다. 그러니까 밤에 가보는 것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는데 더 좋다. 라면 먹고 가기로 합의하고 방에 들어간 후, 라면을 끓이던 은수는 좀 더 과감한 대사를 했지. "자고 갈래?"라고.


2001년 개봉한 한국영화다. 너무 좋은 느낌의 영화다. 만약 요즘 시대에 개봉되었거나 했다면 여자주인공 은수는 어장관리녀로 어마어마한 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상우의 감정선과 사랑에 아프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오 바스러운 면이 없어 담백하고 진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포스터, 봄날은 간다.
Q. 홍협_동해학기록센터 연구원
봄날은 간다 영화를 묵호에서 찍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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