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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Feb 06. 2024

펄 펄 눈이 옵니다!

71. 매거진_ 동쪽여행

펄 펄 눈이 옵이다

펄 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북카페 소담채에 근무하는 음악다방 DJ 출신 이순희 선배가 온종일 내리는 창밖 눈(SNOW)을 바라보며 소녀처럼 반복해 부르는 눈이라는 동요 가사입니다. 옆에서 커피로 휴식을 취하던 필자는 마치 주부가 까다로운 남편의 식단 메뉴를 정하듯이 ‘이거다’ 하며 ‘펄 펄 눈이 옵니다’를 오늘의 글감으로 정하고 눈의 추억을 소환하기로 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5일 강원 영동 남부지역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펄 펄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뿌리는 하얀 눈을 향해 삼실 앞 광장을 걸었습니다. 코끝을 적시던 눈은 금방 물로 변하고 볼을 따라 흐릅니다. 저녁이 되고 기온은 내려가자 순간 눈에 덮인 머리는 무게감이 옵니다. 눈은 쌓이기 시작합니다.

옛날 눈의 기억은 요즘보다 색도 유난히 하얗고 양도 많이 내렸던 거 같아요. 시골 오지마을에서 성장한 필자는 툭하면 산더미 같은 눈길을 만났고 앞밭은 새침을 놓고 참새를 잡았고 눈이 그치고 날씨가 추워지면 눈 위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비료포대를 이용해 썰매를 타는 것이 일상이고 겨울 풍경이었죠. 당시 힘이 부족한 우리는 높은 곳에서 눈썰매로 달리다 힘에 부딪겨 미쳐 정지를 못해 그 추운 날 언덕 아래 물 웅덩이로 빠지기 일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눈 덮인 산 하나 소실, 개구리 소년의 추억

글을 쓰다 보니 눈과 관련된 웃지 못할 특급추억이 기억나네요. 어린 시절 국민학교(요즘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기억됩니다. 우리 나이로 13세 되던 해 그해 따라 눈도 많이 내렸고 날씨도 몹시 추웠어요. 요즘 같으면 잡혀 갈 일이지만 옛날 어두운 시절 시골에서는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는 게 한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죠. 같은 마을 선배들과 같이 고향 문포골이라는 고을로 들어가 먹고 남을 만큼 개구리를 잡습니다. 그것도 맛있기로 이름난 늘씬하고 쫄깃쫄깃한 참 개구리를 말입니다. 먹는 방법은 불에 구워 먹기로 결정합니다. 눈으로 덮인 언덕 아래 장소에 불을 붙이고 불이 어느 정도 알불이 생길 즈음 개구리를 올리자 잠시 뒤 짜작 짜작 소리를 내며 노란색의 먹음직한 고기로 개구리는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선배들은 준비한 소금을 뿌리고 고기를 먹기 시작합니다. 이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불꽃은 언덕 눈을 넘어 나무로 겹겹 쌓인 덤불에 붙기 시작하면서 한쪽 산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놀라 불을 끄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산하 나를 홀랑 태우는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마을 주민들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6.25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마을 넘어 산까지 다 태우고 불은 종료됐습니다. 죄 없는 아버지는 지서까지 가서 조서를 받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미성년자인 관계로 훈방(訓放) 조치로 종료된 웃지 못할 어린 시절 눈의 추억이었습니다.

눈 오면 단골 신청, 러브스토리... 눈싸움!
영화 ‘러브스토리’ 눈싸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음악다방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활동하던 지역은 경북 포항시로 인구도 많았고 FM이 없던 1982년부터 시작했죠. 포항시에 음악다방이 10개소 가까이 있었던 다운타운 방송 DJ의 전성기 였었죠. 근무하던 음악다방은 포항 우체국 앞 ‘예나르’와 죽도시장 ‘비원‘이었으며 오거리 ’황제‘다방과 지하 ’남도‘다방 등도 인기였습니다. 그때 즐겨 신청하던 단골 Request music 2곡이 생각나요. 그중 한곡은 영화음악이고 한곡은 샹송입니다. 영화음악은 영화 러브스토리 눈싸움입니다. 눈싸움(Snow Frolic)은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눈밭에서 눈싸움으로 즐거워하는 러브스토리의 상징적인 명장면으로 해마다 첫눈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의례히 들려오는 곡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비극적 결말과는 상관없이 오직 한 장면만을 위해 곡이며 영화 속 두 주인공이 행복의 절정을 극대화한 곡이라고도 해석됩니다. 프랑스 영화 음악가인 악단 지도자로 유명한 프란시스 레이가 작곡한 곡입니다.

다음은 ‘눈이 내리네’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전파상이나 음반매장이 동네 골목에도 있었죠. 이런 계절이면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레던 시절입니다. 곧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는 늘 빠지지 않고 들려오던 노래가 있었죠.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통브 라 네즈: Tombe La Neige)입니다. 아재개그로 말하면 아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죠. 그 발음이 ‘돈 벌어 나줘’에 가깝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다모 앨범 표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샹송곡으로도 손꼽히는 노래로 김추자, 이숙, 이선희 등 여가수들이 번안해 불렀다. 아다모가 1963년에 작사 · 작곡했으며, <눈이 오는 밤에 연인의 방문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차분하게 노래한 곡입니다. 아다모는 1978년과 84년, 94년에 걸쳐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공연할 정도로 우리와는 매우 친밀하다. 특히 1980년 신군부에 의해 JTBC의 전신인 TBC가 문을 닫을 때 고별 방송을 했는데, 이때의 노래도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였다.

겨울밤 눈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눈과 얽힌 인물별 인터뷰로 꾸미는 추억의 소환은 ‘펄 펄 눈이 옵니다’_2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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