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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May 22. 2024

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 故 신경림 시인 영면

31. 매거진_News

故 신경림 시인_1936~2024.05.22

 추모시_ 신경림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난히 파란 날에

유난히 파란 날에 나는 그대를 떠올립니다.

그대의 손길이 머리 위로 스치는 듯합니다.

유난히 파란 날에 나는 그대를 기억합니다.

그대의 시는 파란 하늘처럼

높고 멀게 내 마음에 퍼져나가듯 합니다.


파란 날에 나는 그대를 추모합니다.

그대의 시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집니다.

파란 날에 나는 그대를 기리며

시인의 시언어가 파란 하늘처럼

내 마음에 퍼져나가듯 합니다.


신경림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시대의 두보(杜甫),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해 남긴 ’가난한 사랑노래'에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남긴 신경림 민중시인이 향년 88세의 일기로 22일 암투병 중 별세했다. 고인의 시들은 '시골의 흙냄새에 묻어서 풍기는 생활의 땀냄새와 한(恨)과 의지 등’이 짙게 풍겨 이른바 민중 시인의 이름을 얻게 됐다. 민초들의 슬픔과 한, 굴곡진 삶의 풍경과 애환을 질박하고 친근한 생활 언어로 노래해 온 시인이었다. 문학의 귀환을 쓴 문학평론가 최원식은 그를 "우리 시대의 두보(杜甫)"라고 평했다. 고인 시 '가난한 사랑노래'는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즐겨 찾는 애송시로 꼽힌다.

•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리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

고인은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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