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매거진_ 맨발걷기
해변에서 맞이한 재난 사회의 신호
맨발걷기 261일차. 오늘도 어김없이 동해의 해변에서 새벽을 맞이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서늘한 모래의 촉감, 부드럽게 귓가를 스치는 파도 소리, 그리고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그러나 오늘의 새벽은 그리 평범하지 않았다. 이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기후위기를 넘어선 재난사회의 신호는 아닌가 생각해본 아침이다.
해변에서 여명을 즐기던 그 순간, 하늘은 어둡지 않았고, 공기는 평온했다. 하지만 이내 세상이 뒤집힌 듯한 변화가 찾아왔다. 삼실에 도착하자마자 예고도 없던 국지성 호우 느낌의 강한비가 내렸다. 국지성 호우로는 부족한 느낌이지만 최근 이런 이상기후가 자주 나타난다. 평온했던 하늘은 금세 잔뜩 찌푸리고, 굵은 빗방울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그 비는 잠시 내리는 소나기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분노한 자연이 우리의 안일함을 질책하는 듯했다. 사무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치 경고음처럼 들렸다.
이제 이러한 자연재난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날씨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한 피해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의 경계를 넘어서 재난사회의 문턱에 서 있다. 이 현상은 앞으로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이상기후'라는 말조차 무색해진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날씨는 언제 어디서든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재난사회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의 맨발걷기처럼, 우리 모두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조차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 환경을 보호하는 노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오늘 동해 해변에서 맞이한 아름다운 여명은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의 한 조각이다. 앞으로 바지주머니도 전자제품, 휴대폰 등을 위해 방수 주머니가 곧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맨발로 걷는 동안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안에 숨겨진 재난의 징후는 해변을 걷는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하다. 그 취약함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없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나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금방 그쳤지만 잠시내린 새벽비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경고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난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운 동해의 여명 속에서 나는 그 다짐을 새롭게 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