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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Sep 04. 2024

성균관 전학(典學)에 임명됐다.

119. 동쪽여행

성균관 전학(典學)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은 그저 개인적 영광에 그치지 않고, 한 개인의 삶이 오랜 전통과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진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14년 전, 향교 장의 입교로 시작된 유림 활동이 성균관의 전학이라는 자리로 이어지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길고도 긴 여정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유림 선현들의 가르침과 덕망이 저를 이끌어온 결과라 여겨진다.


지난 8월 1일, 성균관장 명의로 같은 유림 곽연철, 안승호, 최양헌과 함께 전학에 임명된 후, 2일 동해향교에서 거행된 분향례와 더불어 임명장 수여를 위한 고유례는 그 자체로 깊은 감회에 젖게 만드는 의식이었다. 고유례는 하늘과 땅, 우리의 선현들에게 올리는 예로서, 새로운 직위를 맡게 된 자의 결의를 다지고, 그 책임의 무게를 천명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받게 된 성균관 임원 및 전학 임명장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교육과 학문 계승자로서, 또한 유림의 정신을 잇는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되새기게 했다.


성균관의 전학은 조선시대부터 전해오는 중요한 직급으로, 유림의 도덕적, 학문적 가치를 교육을 통해 후세에 전파하는 책임을 맡은 자리다. 이 직책은 유학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도덕적 사회를 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학으로서의 저의 임무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맥을 잇고, 그 가르침을 오늘날에 맞게 해석하며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명장을 받던 날, 분향례를 올리며 저 자신이 한낱 개인이 아닌, 유구한 지역 역사와 전통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했다.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는 수많은 선배 유림들의 발자취가 새겨져 있으며, 그들의 지혜와 결단, 그리고 신념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성균관 전학이라는 직위는 명예가 아니라, 유림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세상에 도덕적 빛을 비추는 중대한 사명임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게 된다.


이제, 유림의 정신을 바탕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K_선비학교’ 등을 운영하며 오늘날의 세상에 필요한 예절과 가르침을 전하고, 사회에 도덕적 원칙을 세우는 데 힘쓰고자 한다.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전통을 잇는 자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안고, 성균관 전학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


선현들의 발자취를 따라, 오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유림의 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라 믿는다. 성균관의 전학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지금, 저는 다시금 유학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이 시대에 맞는 도덕적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임명장 전달, 사진_ 최성규 전 전교
임명장을 들고, 사진_ 전 동해시유도회 신혜영 회장
전학_ 조연섭, 안승호, 곽연철, 최양헌
동해향교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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