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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반납 민속 맥잇기, 동해 ‘보역새놀이’ 응원해요

124. 동쪽여행

by 조연섭

동해 삼화의 구석진 한마을에서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가 들려온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숨결이 담긴 울림이다. 막 암 수술을 마친 신중년되는 누님, 허리 수술을 견뎌낸 큰 형님소리꾼, 스스로 소품과 경연에 쓰일 큰 나무까지 만드는 주민들. 각자 사연을 안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마을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로 모였다. 이곳은 26일 삼척에서 개최되는 제30회 강원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할 이들이 모인 300년 보민속 ‘보역새놀이’ 야학 현장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운영되던 야학은 이제 매일로 바뀌었다. 하루 세 번씩 연습을 소화하며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원을 마친 후 처음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과정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더 나은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노력은 한두 가지 어려움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에겐 하나의 마음이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과정 자체를 기쁨으로 채우겠다는 다짐이었다.


며칠 뒤면 삼척시에서 열리는 본 대회에서 동해시 대표로 그들이 설 무대가 준비된다. 모내기와 목두, 가래질, 산일 등 옛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소리를 만들고, 물길을 내려고 열심히 보를 만들던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될 것이다. 흥겹고도 웅장한 장면들이 이어질 때마다 그들의 노력이 빛날 것이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하나의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낸 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성적이 아니다. 그들이 염원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다시금 하나로 뭉치고, 그 속에서 공동체가 성장하며, 우리 전통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내일을 향한 다리가 된다.


각자의 사연과 삶의 무게를 안고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쳐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이들이 만든 소리는 단지 축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나가는 자부심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가래질 가래 준비, 사진_ 조연섭
모심기 연습, 사진_ 조연섭
포토리뷰, 사진_ 조연섭
모심기소리, 촬영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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