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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Oct 06. 2024

어머니와 행복한 맨발 걷기!

107. 맨발 걷기

어머니와 맨발로 걸었어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날이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맨발 걷기. 수차례 어머니께 함께 걷자고 권했지만, 각자의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던 그 계획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동해의 추암 해변, 어머니와의 첫 맨발 데이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 신옥선(85)여사와 함께

아침, 망상의 위크앤드 요가랑 맨발 걷기 클래스를 마치고, 고향 삼척으로 달려가 어머니를 모시고 추암 삼척 방향 증산 해변에 들렀다. 어머니는 바위 틈새에서 작은 홍합들을 신기하게 발견하며, 그것을 따서 끓여 먹자고 말씀하셨다. 마치 소녀처럼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해변을 누비는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 오 남매 단톡에 올렸다. 가족들은 모두 파이팅을 외쳤다. 모두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바쁜 일정에 매달려 온 나는 오랫동안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을 내지 못했다. 직업 특성상 주말과 연휴에 더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이 미안했는데, 이번엔 그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기회를 잡았다. 해변을 걸으면서도 어머니와 나는 인증숏을 남기고 몇 번 쉬면서 쉬엄쉬엄 걸었다.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했고, 어머니 손을 잡고 걷는 순간은 천륜을 다시금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이날 맨발 걷기에서 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런 희생과 헌신이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걷기를 권한 것은 어머니 건강상의 이유만은 아니었다. 서로 시간을 나누고, 그 속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새롭게 되새김질하는 과정이었다.

작은 홍합을 보고 신기한듯 바라보다 돌아서 걷는 어머니

짧았지만 깊었던 추암에서의 한 시간. 우리는 함께 걷고 쉬 고를 반복하며, 그 순간을 충분히 즐겼다. 나는 어머니가 계속해서 맨발 걷기를 이어가시기를 바라며, 오늘의 시간을 소중히 마음에 담았다. 이 시간이 우리의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임을 믿으며, 맨발로 걸었던 그 해변의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신옥선여사, 맨발 걷기, 촬영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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