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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Oct 14. 2024

문화의 달, 10월 어느 멋진 날!

135. 동쪽여행

행복한 10월 어느 멋진 날!

문화의 달 10월의 절정이다. 이번 주말도 의리를 지켜주는 동지들 덕분에 행복지수 높은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 아침, '요가랑, 맨발 걷기 위크앤드 클래스'에 참여하고 삼척으로 이동했다. 건축 설계가 ‘이 시대 피카소를 능가하는 걸작’이라는 관동팔경 제1루 국보 ‘죽서루’를 방문했다. 오늘 이곳은 국보지정을 기념해 '죽서가요제'가 열리는 날이다. 점심도 잊은 채 리허설을 지켜보면서 놀랐다. 수준 높은 참가자의 노래와 가요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주최 측 모습이다. 오후 1시 시작한 가요제는 지역 선배가수 박상철, 정의송 등이 부른 노래를 지역 후배들이 선곡한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영예의 대상은 삼척출신 작곡가 가수 정의송의 ‘님이여 ‘를 부른 삼척의 김지훈 씨가 수상해 트로피와 상금 100만 원 부상으로 받았다.

북평장에 흥 내려온다, 사진_ 조연섭
죽서가요제, 사진_ 삼척연예인협회DB

일요일은 장소를 옮겨 300년 역사의 장터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뒤뚜르 장으로 알려진 동해 북평장에서 (사)강원민예총 동해지부 주관으로 열린 ‘북평장에 흥 내려온다’ 프로그램에서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흥을 나누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 특별출연한 ‘해오름청춘악단‘의 멤버로 출연한 모 대학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악단 전속 가수 김난영이 부르는 ‘오라버니’를 들으며, 그 은율이 ‘시아버지‘로 들렸으며 그렇게 흥얼흥얼 부르며 연주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노래가 우리의 추억을 어떻게 소환하는지 깨달았다. 음악이 시간의 축을 타고 우리를 과거의 감정 속으로 데려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그 순간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장터에서는 '해오름 장구단'의 장구난타가 앵콜 앵콜 외치는 시민들과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청중들의 요청에 앵콜 공연이 이어졌고, 나는 곧장 그 자리에 있던 모 도의원에게 “대한민국 장구난타 페스타” 개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놀랍게도, 의원은 즉석에서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저는 의원에게 다시 확인 사살에 들어갔다. 전직 방송인으로 거짓말은 안 하시겠죠? 확인했다. 의원은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였다. 저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지역 문화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기쁨과 자부심을 주었다. 우리의 뿌리 깊은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활짝 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이어 동해왕 이사부장군의 생명존중 리더십 맥잇기에 나선 이사부 무예단의 검법시범이 진행되고 해오름 청춘악단이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작가 한강을 소개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한강의 노래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의 도입부를 들려주며 말했다. “그녀가 5.18과 제주 4.3 같은 역사적 사건을 글에 담아낸 시대정신의 작가임을 강조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고발이 아닌, 민중의 아픔과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그녀가 노벨문학상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날 행사에서 알프스 산맥 등 고산지역의 전통음악 요들송에 도전한 성악가 김미경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노란색 의상을 입은 가수 김난영의 무대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바람’과 앵콜 ‘오라버니’를 불렀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노란 의상이 상징하는 인류의 평화를 떠올렸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행복이 가득한 주말을 마무리했다.

짧은 주말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예술과 음악, 문화의 향기는 내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 주었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가는 것이 곧 행복 아닐까?

사진, 글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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