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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Oct 18. 2024

바다를 품은 KTX, 동해선!

136. 동쪽여행

이른 아침,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아련하게 보이는 동해의 바다를 따라 기차는 달린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문화유산급으로 불리는 KTX, 바로 ‘동해선’이다. 그 속에 몸을 싣고 나는 여름휴가를 이제야 쓰며 경기도 광명으로 주말 문화여행을 떠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려는 휴식이지만, 사실은 또 다른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여행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소풍처럼 마음을 들뜨게 한다.

우측 철조망, 사진_ 조연섭
KTX 동해선 열차, 사진_ 조연섭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진 동해 해안선은 언제나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도는 잔잔하게 부서지고,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동해는 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분단의 철조망이 상처처럼 남아 있지만, 그 상처 위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난 자연은 여전히 웅장하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분단의 아픔과 화해를 동시에 느낀다.


이번 여행은 두 차례 축제 진행자 자격도 있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동지들과의 일상탈출이다. 요즘 시대를 ‘탈진실의 위기 시대’라고들 부른다.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넘쳐나고, 사람들 사이의 불신과 오해가 깊어지는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하지만 나는 이 푸른 바다와 대자연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한다. 자연은 언제나 진실하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고, 바람은 바람일 뿐이다. 그들은 가식도, 거짓도 없다.


우리도 이 자연처럼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의 공동체가 더욱 협력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실을 구분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차는 동해의 바다를 따라 계속해서 달린다. 어느새 파도 소리는 멀어지고, 도시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에게도 광명의 기회가 왔다. 도착한 곳은 광명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푸른 동해와 그곳의 고요한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바다와 함께 떠오른 다짐도 남아 있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 소통하고, 협력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이 비록 더디고 어려울지라도, 이 아름다운 바다처럼 언젠가 그 노력들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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