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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Oct 22. 2024

묵호, '복제할 수 없는 문화 장터' 필요해!

137. 동쪽여행

묵호, 그 이름은 한때 동해안에서 가장 잘 나가던 작은 항구였다. 소설가 심상대 작가가 ‘술과 바람의 도시’라 불렀던 이곳은 명태와 오징어로 가득 찬 덕장, 인기 절정의 바지게꾼의 굳은 손길, 어시장의 활기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 묵호는 언젠가는 그들도 잘 살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지게로 덕장을 오르는 모습, 사진_ 동해문화원DB

그때 묵호에는 온갖 생동감이 넘쳐났다. 중앙시장 뒤편에는 노가리 창고가 있었고, 거리에선 만화방과 목욕탕이 반갑게 손짓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다. 극장들도 도심 한가운데 4개씩이나 자리 잡아, 사람들은 그곳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도시의 생명력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1980년 동해시 탄생과 어획량 감소는 묵호와 중앙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한때 분주하던 그곳은 점차 잊혀 갔다.


그럼에도 묵호는 단지 사라진 과거가 아니다. 묵호는 그리움이 깃든 도시, 우리는 다시금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희망의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공모사업에 묵호 동쪽바다 중앙시장이 도전했고,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관심석에 힘을 보탠 이들이 있다. 우리 모두는 그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동쪽바다 중앙시장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매주 열릴 묵호의 이야기와 문화가 흐르는 ‘별빛 포차’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추억을 소환할 것이고, 개막일에는 이미자가 불렀던 ‘눈물의 묵호항구’ 리사이틀이 50년 만에 부활하여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킬 것이다.


계획은 묵호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꾸밀 예정이다. 묵호형 레지던스 시범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묵호가 다시금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잊힌 기억들을 다시 살려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기회이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꿈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10월 말, 우리는 현장 실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12월, 그 결과가 발표되면 묵호는 다시 빛을 발할 것을 기대한다. 이 마을은 곳곳에 더 많은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별들이 다시 반짝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묵호를 기억하는 이웃으로서, 그 옛 추억이 되살아나길 꿈꾼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야기 중심은 ‘시대적 정신과 사람’이다. 동쪽바다 중앙시장 주민 모두는 장터의 경쟁력이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것은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축적된 장소다. 전통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복제할 수 없는 전통시장의 가치는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흐름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인간적 연결과 공동체의 감성을 되살리는 데 있다.

발한 삼거리, 사진_ 동해문화원DB

우선, 동쪽바다 중앙시장은 묵호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상인들의 이야기는 시장의 골목과 가판대에 스며들 것이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은 그 지역의 풍토와 삶의 방식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 물리적인 상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사람들의 노고가 결합된 고유한 가치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 시장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 지역의 고유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중앙시장은 인간적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대형 유통망에서는 고객과 직원 간 상호작용이 한정적이고 기계적이지만, 이 시장에서는 상인과 고객이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관계는 시장을 거래의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상인들의 개성과 친근한 미소는 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며, 이를 통해 시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중앙시장 광장, 사진_ 조연섭DB

무엇보다, 중앙시장은 묵호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이야기를 통해 문화관광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대도시의 상업적 중심지는 표준화된 형태로 재개발되고 있지만, 중앙시장은 그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관광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장 칼국수 같은 지역의 전통 음식, 공예품, 축제는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중앙시장과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광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관광객들이 해당 지역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유하고 복제할 수 없는 문화

결국, 중앙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하고 “복제할 수 없는 문화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시장이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며, 안에 담긴 역사적 가치와 인간적 연결성은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지키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보영극장, 사진_ 동해문화원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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