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동쪽여행
전지은 작가, 북토크 IN 동해
지금처럼 힘든 때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는 문학이다. 브런치스토리에 합격하면서 하루에 한자라도 글을 못쓰면 잠을 못 이루는 나는 글 주변을 맴도는 습관이 일상화된 문화기획자다.
10월 문화의 달 여운이 채 가지 않은 11월 첫날이다. 강원영동 지역문학의 선구자이자 현대문학 대표 작가의 한분으로 두타산 무릉계 배경의 ‘낙조’를 쓴 최인희 시인 외동딸 전지은 작가 북토크가 열린 독립서점 ‘책방균형’을 방문했다.
이날 북토크는 작가의 지인과 지역문인, 의원, 시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작가 소개와 책 소개, 질의응답, 기념촬영, 사인회 순으로 차분히 진행됐다. 본명은 최지은이지만 미국생활 관련 남편의 성을 따라 전지은 작가로 40년 이상 부르고 있다. 작가는 이번 북토크를 통해 새 에세이집 “오롯한 나의 바다”를 소개하며, 부모님과의 관계, 특히 어머니와의 깊은 유대와 그 속에서 느낀 삶의 본질을 나누었다.
작가는 젊은 시절, 유학생 남편을 따라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낯선 땅과 낯선 환경 속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40년을 살아왔다. 수많은 환자들과 죽음을 마주하며 쌓아온 세월은 작가의 내면에 깊은 자국을 남겼고, 그 안에서 글을 통해 위로와 이해를 찾게 되었다. 비행시간만 30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강릉과 미국을 수년간 오갔던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퇴직 후 어머니와의 상실감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글로써 모아 “오롯한 나의 바다“로 담아냈다.
‘당신의 강릉’ 대표이며 이번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작가는 ‘그의 글과 삶은 나에게 잔잔하게 윤슬을 드러내는 바다와도 같다. 내가 아는 가장 고운 사람 중 한 명이다 ‘라고 했다.
작가의 책 주요 내용은 단순히 중환자실에서의 경험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소중한 기억과 함께 요양원에서의 시간을 통해 작가가 느낀 감사함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고래장’이라 불리는 요양원이 아닌, 오히려 성숙된 시스템이 자리 잡아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자 우리의 생명줄’로 자리 잡은 현대 요양원의 가치를 강조했다. 작가는 자신과 어머니를 살려준 ‘요양원’이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표현하며, 요양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작가는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중환자실에서 매일같이 죽음을 마주하는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 있어 미국 콜로라도의 펜로즈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성장하는 여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상담가 역할도 함께하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이해를 전하려 노력했다. 1996년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생활수기 당선, 2010년 제46회 신동아 논픽션부문 최우수상 수상 등으로 작가로서의 면모도 국내외에 알려지게 되었다.
작가는 현장에서 구입한 나의 ‘오롯한 나의 바다‘ 책 첫 장을 펼치고 “두타산 무릉계를 배경으로 쓴 시를 기념한 아버지의 시비 ’ 낙조‘가 세워진 두타산 무릉계, 사랑이 가득하고 해파랑이 넘실대는 바닷가 ‘동해’는 또 다른 나의 고향이다.”라고 적으며 잠시 그리운 아버지를 소환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북토크에서 작가는 어머니와의 시간, 요양원의 가치,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깊이를 독자들과 나누었다. 세월의 무게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아가며 느낀 감정들을 에세이로 풀어낸 전지은 작가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누구나 맞닥뜨리게 될 노화와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