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동쪽여행
잔잔하게 스며드는 도시 '동해', 젊은 작가들이 그려가는 로컬 브랜드!
최근 동해는 젊은 예술가와 유명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정착하며 새로운 로컬브랜드 문화를 예고하고 있다. 묵호의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비롯해, 쇄운동의 독립서점 ‘서호책방’, 발한동의 ‘책방균형’, 동해역 앞의 ‘책방 달도끼’ 등 동해 전역에 다양한 독립 서점들과 송정 제로웨이스트 찻집 솔란데, 무릉계의 월산 아트만, 망상의 망상미술관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공간은 책과 커피 판매는 물론이며 기존 서점과 공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의 교류와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문화 예술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해를 선택한 젊은 작가들이 동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사회적 가치를 연계하고, 이를 통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뭘까? 함께 생각해 본다.
동해를 선택한 젊은 작가들은 대체로 동해의 자연환경과 서정적인 매력에 매료되었다. 여행작가 채지형이 말하는 “천천히 변해가는 묵호의 모습”이나, 월산 아트만의 김형권 화백이 동해에 정착하게 된 배경 “두타산과 소나무, 그리고 그 위로 떠오르는 달”,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기후에 반해 동해에 정착했다는 최경돈 작가 등은 이들에게 일상의 쉼을 제공하고 창작의 기회가 열려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동해는 경제적, 생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자신만의 작업 공간과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하며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이들이 동해에서 꿈꾸는 것은 단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과 지역을 기점으로 ‘로컬 브랜드’를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책과 예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예술가로서 자립성을 지키면서도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의미 있는 가치를 더하고자 하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동해에 자리한 독립 서점들은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북크닉, 작은 서점, 심야서점, 골목길 프로젝트 공모사업, 작가 초청 북콘서트, 달팽이 콘서트, 희곡 읽기, 여행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문화원, 문화재단 등 기관, 단체와 연계해 활발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책을 중심으로 한 로컬 브랜드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독립 서점들은 작가와 독자, 여행자와 주민 간의 소통을 통해 지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한다. 이들은 동해라는 지역의 공간, 역사,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자신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비단 상업적 공간뿐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 잡으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동해시가 이러한 자발적인 로컬 브랜드 형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이 예술과 창작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창작 및 전시 공간 지원: 자발적으로 찾는다고 해서 관망해서는 안된다. 젊은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창작 및 전시 공간을 지원하고, 이들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동해에 정착하여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지역 문화 프로그램 및 네트워킹 활성화: 독립 서점과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시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며, 지역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예술가들 간의 네트워킹을 지원하여 동해에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 로컬 브랜드가 단기적인 붐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젊은 작가들이 지역 사회에 정착해 일관된 예술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 차원의 예술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통해 동해의 예술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동해에서 젊은 작가들의 정착은 한 지역의 문화적 활기는 물론,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의 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대도시의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는 현대인의 생활 가치 변화와 맞물려, 지역 중심의 새로운 삶의 형태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해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해 가는 로컬 브랜드 문화는 동해 지역의 공간, 자연, 역사, 문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과 예술가가 서로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해시는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동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는 동해가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예술과 창작의 장으로 자리 잡아, 오래도록 사랑받는 지역으로 남는 길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