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magazine_ 글소풍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계절, 가을 끝에 서서!
요즘 문득문득 거리에서 마주치는 가을이 저무는 모습은 가수 박강수의 노래 ‘가을은 참 예쁘다’가 떠오르게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목소리 가수 중 한 사람, 박강수가 부른 가을노래 ‘가을은 참 예쁘다’는 가을 감성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담아낸 곡이다. 맑고 따뜻한 음색은 마치 가을바람처럼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들며, 가을이 주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한다. 박강수는 ‘한국의 존 바에즈’라 불릴 만큼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 곡에서도 가을의 마지막을 보내는 아쉬움과 함께 깊은 정서를 녹여내고 있다.
특히 가사에서는 낙엽, 갈대, 가을의 색채 등 가을을 대표하는 요소들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가을의 풍경을 생생히 그려내며,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을 일깨워 준다. 그녀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가사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조차 아름답게 만드는 가을의 매력을 찬찬히 느끼게 한다. 음악적 편곡도 과하지 않게 단순하고 깔끔하여, 오롯이 박강수의 목소리와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반적으로 ‘가을은 참 예쁘다’는 가을의 서정성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해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가을의 정취에 젖어들게 만드는 곡이다. 가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할 노래로, 계절의 끝자락에서 잔잔한 위로와 여운을 주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가을의 마지막 아름다움,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특별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가을은 하늘이 내려준 박강수의 목소리, 그 아름다운 가을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계절이자, 누구에게나 감성을 선물하는 매혹적인 계절이다. 낙엽이 흩날리고, 갈대가 바람에 살랑이는 가을 끝자락에서 가만히 서서 이 아름다운 계절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담아 가을 편지를 써 본다.
가을은 사색과 감성의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 우리의 일상에 잠시 멈춤을 선사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붉게 물든 낙엽을 바라보고, 길가에 피어난 갈대를 지나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마음속 감정도 차분해지는 시기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을의 낭만 속에 깊이 빠져든다. 이 계절의 마지막, 갈대와 낙엽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더욱 특별하다. 갈대는 드넓은 들판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흡사 파도를 연상케 하고, 산과 길가의 낙엽은 붉은빛, 황금빛으로 물들어 바닥을 물들이고 있다. 이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선물한 그림 같은 순간을 만끽하게 된다. 그저 자연 속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화가가 되어 이 그림 속 한 장면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도 모르게 손끝이 간질간질해져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 순간이 바로 가을의 매력이다.
가을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추억과 향수다. 이 계절이 되면 누구나 가슴속 한 편에 자리 잡은 추억들이 올라온다. 학창 시절 친구와 걷던 낙엽이 깔린 길,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가을여행, 가족과 단풍을 보러 갔던 산속에서의 하루. 모든 기억이 가을의 공기와 함께 피어오르며 우리를 추억 속으로 데려가곤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마음 깊숙이 숨겨둔 향수를 꺼내본다.
이 계절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가을이 주는 마지막이라는 감성이다. 가을은 유난히 짧아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도, 황금빛으로 변하는 들판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곧 차가운 겨울이 찾아와 이 아름다움을 덮어버릴 테니,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짧아서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계절, 가을은 우리에게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느끼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가을이 되면,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찾고 행복을 느낀다. 단풍 아래에서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산책을 하다 보면 그저 그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마음속 시인이 되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계절,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솔직하게, 그리고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박강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를 들으며 편지를 마무리한다. 마치 가을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한 그 노랫말 속에 이 계절이 품은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는 듯하다. 가을이 남긴 아름다움을 좀 더 마음 깊이 새기고 갈대가 춤추고, 낙엽이 흩날리는 이 계절의 마지막이 또 다른 오늘의 시작임을 알리는 시간으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