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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Nov 18. 2024

맨발로 안아줄게, 겨울아 어서와!

125. 맨발 걷기

춥다. 해변 아침은 겨울

맨발 걷기 346일 되는 날 아침, 맨발러가 달려간 오늘 새벽은 이미 겨울이다. 모래는 차고 바람도 분다. 이른 시간 도착한 망상해변은 탁 트인 평야처럼 넓고 초겨울 바람은 그 넓은 공간을 쉼 없이 헤집고 다녔다. 잠시 모래 위를 걸었다. 내 발을 스치는 바람은 꽤 매서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기운이 있었다.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겨울 감각은 평소와 달랐다. 자연과 내가 하나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망상해변에서 맨발 걷기는 거대한 모래사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모험과도 같았다. 그러나 길고 넓은 백사장이 주는 개방감은 동시에 고독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찬 모래와 바람이 너무 거칠어 오래 걷지 못하고, 나는 일행들은 추암으로 올 것을 주문하고 추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추암은 나에게 늘 특별한 장소다. 초겨울의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찬 모래 거센 바람에 쫓겨온 나는 이곳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봄 같은 느낌의 포근한 추암이었기 때문이다. 증산 끝에서 촛대바위 방향 끝까지 3회 왕복하며 걸었다. 익숙한 해변 길이 발바닥 아래로 이어졌다. 내 발은 이미 사계절을 겪으며 단단해졌고, 추암의 길 또한 나의 발자국에 익숙해졌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매번 다르다. 겨울 아침의 냉기는 조금 더 짙었고, 그 고요함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생각까지 투명하게 비추었다.


주말에 이어 휴가로 이어지는 오늘과 내일. 이틀간의 여유는 내 몸과 마음에 충분한 쉼을 줄 것이다. 평소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일 아침 걷기를 놓치지 않았지만,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걷는 날은 특별하다. 발로 느끼는 모래의 촉감, 코끝을 스치는 겨울바람, 그리고 고요한 바다의 파도 소리는 내게 깊은 평안을 준다.


내게 맨발 걷기는 나 자신과의 대화이며, 자연과의 조화이고, 하루를 열고 마감하는 의식과도 같다. 오늘 아침의 맨발 걷기는 겨울과의 첫 만남이었고, 그 만남 속에서 나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발끝을 스치는 겨울바람은 차갑지만, 그 바람을 맞으며 걷는 나의 마음은 따뜻하다.


오늘 걸었던 해변의 발자국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발자국이 남긴 순간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겨울 아침, 내 삶은 그렇게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추암해변, 사진_ 조연섭
망상해변, 사진_ 조연섭
추암해변,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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