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동쪽여행
오늘은 맨발 걷기 361일 차다. 공채라는 절차로 문화원 근무를 시작한 뒤 20번째 문화학교 수료식과 발표회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문화원에서 20년 근무하면서 느낀 감정은 세월의 흐름보다 한국문화원의 역사와 발전을 직접 체감하고 만들어 온 한 개인의 소회라 할 수 있다. 문화원이라는 조직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으나, 그 환경은 늘 풍족하지 않았다. 열악한 재정과 인력 여건 속에서도 전국의 문화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과 국가의 문화 자산을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이는 노력 이상의 열정과 책임감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이 시간 또한 진행 중이다.
강릉문화원은 우리나라에서 상징적인 문화원이다. 또한 한국 문화원의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춘천문화원의 기록 아카이브는 문화유산 관리의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성북문화원과 경기 이천문화원은 도시의 마을아카이브의 문화적 거점으로, 대덕문화원은 지역 근대산업 구술의 모델로, 곡성문화원은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카이브와 특히 미디어 채널을 활발하게 운영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 문화원이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며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관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동해문화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겨왔다. 지역학연구, 심포지엄, 노을포럼, 동해학 아카데미, 강원막걸리학교 등 국가유산청 문화유산활용 사업, 논골담길 등 마을 만들기 사업, 시대적 정신이 반영된 기후위기 공감 콘서트, 대한민국직장인밴드 동해콘서트 등 행사개최와 다양한 사례로 2015년 문화원 종합경영평가에서 대한민국문화원상 종합대상을 수상하며 그 활동을 인정받기도 했다. 논골담길 조성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간 감성마을을 완성했다. 더불어 원사 이전 및 신축은 지역 문화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문화원은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관보다 지역사회의 역사와 삶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올해 예술전시를 준비하며 초고령화 사회라는 지역적 현실 속에서도 문화원의 작품들이 점점 젊어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이는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과 함께하는 문화 가족들이 문화를 통해 정신이 젊어지고 문화원의 활동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며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역문화원이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공존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원의 역할은 지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촉진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문화원 근무 20년 근무를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은 자부심과 책임감,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다. 이제 문화원은 초고령화, 인구 감소, 디지털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에 대응하며, 지역 문화를 재해석하고 현대적으로 계승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이는 단순 업무 이상의 사명감과 열정이 요구되는 과제이며,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큰 축복으로 느끼며 전문성 갖추기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핵심은 지속적인 맨발 걷기 등 건강관리와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시간관리다.
동해문화원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원들은 지역 사회의 문화적 생명력을 이어가는 기관으로서, 문화 보존의 틀을 넘어 혁신과 창조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개인의 헌신과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 그리고 지역 사회의 공감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한국 문화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