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마을과 책방의 만남, 지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

159. 동쪽여행

by 조연섭

어달마을의 ‘한평 책방’, 바다와 책이 빚어내는 어촌의 새로운 가능성 보여

무안 소식으로 너무 슬프다. 무기력과 냉소가 만연한 시대, 공감과 연대의 온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채지형 여행작가 추천해 준 묵호로 달렸다. 어달 마을, 카페 ‘어달’에서 열리고 있는 어촌활력 프로그램 ‘한 평 책방‘을 방문했다. 카페 어달은 휴일을 맞아 여행자들로 북적였고 이곳에서 만난 ‘한 평 책방’은 어촌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문화적 실험의 장이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책방을 둘러봤다.


‘한 평 책방’은 동해시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어달을 비롯한 대진과 노봉 지역을 더 살기 좋고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동해시의 독립서점 네 곳이 협력하여, 책방이 없던 어촌 지역에 책과 문화의 씨앗을 심으려는 시도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바다와 어울리는 책의 향기, 그리고 이 지역 고유의 정취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여행의 새로운 방식과 어촌의 매력을 동시에 선사한다. 주민들에게는 책을 통한 새로운 문화생활을, 관광객들에게는 어촌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한평책방, 사진_ 조연섭

독립서점, 어촌을 물들이다

참여한 책방마다 고유의 색깔이 돋보였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느림과 로컬의 가치를 담은 책과 엽서를 통해 마치 어달마을을 천천히 걸어보는 듯한 여유를 선물로 받는 느낌이다. 나는 논골담길에 그려진 논골상회 사진으로 세계엽서전시회에 참가했던 엽서 한 장을 ‘잔잔하게’ 부스에 전시하고 성공적인 책방운영을 기원했다.

세계우표전시 참가 ‘논골상회’ 우편엽서

‘책방 균형’은 매달 선정한 6권의 책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균형 잡힌 시선과 사유의 시간을 제안하는 느낌이다. ‘서호책방’은 깊이 있는 독서를 지향하며, 생각을 길게 이어주는 책으로 독자와 대화를 이어간다. ‘책방 달토끼’는 예술책과 그림책으로 감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이 네 곳의 독립서점이 어달마을의 바다와 어우러져, 마을은 문화와 자연이 교차하는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한 평 책방의 또 다른 매력은 동해를 소재로 한 특별한 책 전시였다. 이곳은 28일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마친 오세화 시인의 시집 “바다의 손자국”은 동해와 바다를 시어로 풀어낸 작품으로, 이 지역만의 감수성을 전한다. 지은미 작가의 “동해에서 8년째 여행 중입니다”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해를 바라본 기록이다. 배민호 작가의 사진 이야기 “묵호”, 홍구보 작가의 장편소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온 장철수” 역시 동해 역사와 정서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이 책들은 지역 주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동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이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촌마을의 경제와 정서를 회복하려는 실천적 접근이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촌과 도시, 지역 주민과 여행자를 연결하며 어촌의 문화적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였다.


바다와 책이 어우러지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지역 문화가 얼마나 풍성하게 꽃필 수 있는지를 체감했다. 어달마을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살아있는 현장이 되고 있었다.


카페 ‘어달’에서 만난 ‘한평 책방’은 어촌 마을의 가능성을 바다의 무한한 수평선처럼 펼쳐 보이며,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작은 책방이 어촌마을 주민들에게는 따뜻한 문화의 쉼터가, 방문객들에게는 새로운 여행의 희망이 되길 기대하며, 어달마을에서의 짧은 만남의 사간은 이 어수선한 사회 현상의 작은 희망으로 소중히 기억하고 싶다.

사진•글_ 조연섭 스토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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