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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애의 수필적 성찰, ‘가나다 한글교실’을 읽다!

161. 동쪽여행

by 조연섭

전경애 수필집 '가나다 한글 교실'은 작가가 문해교사로서 만난 사람들과 장소, 그리고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발견한 깨달음과 성찰의 기록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단위 산문 공모전에 입상할 정도로 문학에 두각을 나타낸 동해 출신이다. 권석순 문학박사는 작품해설을 통해 작가의 작품은 삶의 긴 여정 속에서 한 인간이 겪은 다양한 경험을 문학적 언어로 빚어낸, 그야말로 ‘진실한 삶이 육화 된 언어의 집’이라고 했다.


수필은 흔히 ‘나’에 관한 고백적 문학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전작가의 수필은 개인적 서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글은 만남을 통해 형성된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며, 자연을 통해 스스로를 비추는 자아 성찰의 거울 역할을 한다. 권박사가 해설에서 밝혔듯이, 작가의 글은 비유와 함축의 미학을 간결한 문장 속에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는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지나치게 변명하거나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가나다 한글교실 책표지, 전경애 DB

해설 글에서 권박사는 작가의 글은 ‘만남의 미학에서 시작된다.'라고 했다. 문해교사로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만남은 작가에게 단순 사건이 아니라, 삶의 근본적 질문과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이라는 인간적 경험을 통해 그녀는 만남의 궁극적 목적이 사랑에 있음을 깨닫고, 이를 글 속에 녹여냈다. 이러한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삶에서 겪은 만남과 헤어짐을 떠올리게 하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작가의 작품에서 자연은 일상 배경이 아니라 또 다른 주체로 등장한다. 자연은 그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동시에,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자연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대립이 아니라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고통을 자연으로 극복하듯 조화와 수용에 기반을 둔다. 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가르치는 겸손과 감사, 그리고 생명의 순환에 대한 깨달음을 반영한다. 이러한 자연관은 그녀의 글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독자들에게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인 연결을 상기시킨다.


박사는 또 무엇보다도 가나다 한글 교실의 가장 큰 미덕은 '작가의 언어 감각'이라고 했다. 그녀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깊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핵심만을 남긴 문장은 독자들에게 쉽고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수필의 본질인 ‘함축의 미학’을 잘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글은 단순히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삶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작품해설 중에서

수필은 작가의 내면과 독자의 감정을 연결하는 문학이다. '가나다 한글 교실'은 그 연결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탐구하고, 독자들과 함께 그 진리에 다가간다. 책에서는 지역성은 물론 작가의 삶의 철학과 문학적 감각이 집약된 결과물로 수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필은 개인의 경험을 서술하는 데서 끝나지 않으며 개인적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문학이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수필의 본질을 온전히 구현하며, 우리에게 삶을 다시금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전해지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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