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글 소풍
가장 어두운 밤에도 빛은 존재한다.
강윤주 지도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가 페이스북에 링크해 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밖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지만 모처럼 따뜻한 아침이다. 환경운동가 백찬홍 선생께서 올린 한남동 시위 현장에서 올린 의미 있는 사진이다. 페이스북에 댓글로 사진 한 장 모셔가도 좋겠습니까? 질문을 던졌다. 잠시뒤 선생님은 "좋아요"라는 답변을 보냈다. 나는 '어두운 밤 가장 인간다운 빛'을 주제로 글을 쓴다.
이 사진은 한밤중에 펼쳐진 한 장면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남동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 부족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준 수도원, 그리고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시민들을 안내하는 모습. 이는 단순한 배려를 넘어, 연대와 나눔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리적 거리는 좁아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더 멀어진 듯하다. 디지털 기술과 연결의 시대를 자랑하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에서는 서로를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흔하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원과 신부님의 행동은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힘은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모시는 수도원답게, 이들은 거리의 시민들을 위해 자신의 경내를 열고 그들을 따뜻한 빛으로 이끌었다. 응원봉을 들고 길을 안내하는 신부님의 모습은 방향을 가리키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는 함께 있다”는 상징적인 선언이자,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강렬한 대안이다.
이 사진장면은 한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을 조금 내어주고,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되었는가?' 자원의 부족을 이유로, 시간의 없음을 핑계로 우리는 서로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이 사진 속 수도원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가리키고 있다. 열린 마음과 공간, 그리고 함께 나누는 빛.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사회가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 있을 때,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연대와 나눔의 가치다. 이 사진은 화장실 제공 이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열린 공간이 곧 우리 자신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장면이 사람 냄새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빛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빛은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에서 비롯된다. 이 사진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열고, 더 많이 나눠야 한다. 그것이 인간다운 사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