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그림 그리시나요?"
"아, 저는 미술학원 선생님이에요. 저기 있는 애들은 놀게 하고 전 그림 그리고 있어요."
선생님이 보고 있는 숲을 보니 해가 들지 않는 그늘 진 숲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보니 실제와는 달리 빛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적 그림을 그리면서 그늘 진 풍경을 그려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던 것 같다. 아이들이 계피맛 사탕의 매력을 모르는 것처럼 그늘 진 풍경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제 그늘 진 풍경도 멋지다고 느끼는 나라고 생각하니 마음 어딘가에 계피맛처럼 조금 독특하면서 씁쓸한 상념들이 달라붙었다.
Nov. 2006, E100VS,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