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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Jun 22. 2015

지우기

영화 <JSA>를 보면 마지막 부분쯤에 4명의 남북한 군인이 서로의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장면이 있다. 그 때 사진기를 든 초년의 남한 병사는 세 사람을 뷰파인더로 보면서 자꾸 모델들에게 서로 더 붙어 서보라고 요구를 한다. 다름이 아니라 자꾸 프레임 위쪽에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심 배경으로 그 사진들이 나오는 걸 원치 않아했다. 이만 저만 노력한 끝에 그는 어렵사리 사진을 찍어낸다.


그 날은 햇살이 환하게 드는 날이었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 한 다정한 모녀를 발견했다.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어머니는 그 일에 집중하셔서 인지, 내가 다가가도 계속 머리를 땋는 일에 열중했다. 난 카메라를 들고 모녀를 가까운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뒤쪽의 모텔이라는 글씨가 걸렸다. 이리저리 그 모텔이란 글씨를 피해봤지만, 내 맘속에선 여전히 위의 장면이 그나마 제일 나은 장면이었다. 그 글자 때문에 이 프레임은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들에게 별 이야기를 해보지도 못 한 채 그 <JSA>의 병사처럼 어물쩍거리다 그 자리를 조용히 떠났다.


Aug. 2005, TM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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