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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Jun 26. 2015

죽음을 기록하는 사진

복개되었던 청계천이 다시 빛을 봤을 때, 세인들의 입엔 청계천이 매일 오르내렸다.

하지만 세인들이 느끼는 것만큼의 감회는 나에게 없었고, 새로운 청계천이 단지 신기해 보였다.

옛 청계천의 풍경엔 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운전이라도 하고 다녔다면, 청계고가도로에 대한 향수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경험도 없었다.


더듬어 생각해보니 그나마 관련 있는 기억이라곤 

사진 촬영 때문에 아는 사진인을 따라 2003년도에 청계천에서 가까운 청계아파트를 찾아간 적이었다.

그 청계아파트는 동대문 지하철 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보면 나오는 재건축 직전 아파트였는데,

난 동대문에 꽤 자주 다녔으면서도 그런 곳은 그 때 처음 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낯 소재주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절엔 '사진가는 죽음의 대행자'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따라

낡은 건물과 지역을 찾는 데 혈안이었다.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들을 많이 찍지. 하지만 사진을 가져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청계아파트에서 만난 한 분은 사진가들에 대한 실망을 토로했었다.

그 해 청계천의 사람들은 카메라에 예민했었고 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이 되든 그것은 죽음을 기록하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분명 그 '죽음'이 누군가에겐 창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그 창조는 대개 본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어서, 아쉽고 죄송한 일이었다.


옛 청계천에 대한 아무 추억도 없는 내가 추억이 있는 척 하는 사진을 찍는 건

표현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를 위한 기록이 될 순 없었다.


모든 풍파가 지나고 이제야 청계천에 와 사진을 꺼내며.


 Oct. 2005, TX,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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