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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Apr 24. 2018

꿈의 가치

Oct. 2017, E100VS, Tempe


오래전, 20대 초반의 나를 충무로 광고 사진 업계에 소개 시켜준 한 친구가 있었다. 

동갑이었던 그는 디자이너로서 삶을 꾸려가고 있었고, 같이 종종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떠올라, 오랜만에 연락을 해봤다. 


고향에 내려가 디자인 사업을 하던 것 같았던 그는 모든 것을 접었다고 한다. 

그리곤 인형 뽑기기계를 다수 운영하는 사장이 되어 살아간다고 했다. 

내가 미국에서의 박사 생활로 인한 고된 불평을 늘어놓을 걸 예견한 마냥 

대화 초반부터 내 복잡했던 몇 년의 삶을 듣지도 않고 그는 그런 말을 했다. 


"꿈을 위한 고통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나는 꿈을 버렸어. 

 그냥 돈을 벌고 살뿐이야. 네가 부럽다." 


그는 사진 역시 더 이상 찍지 않지만, 

나와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닌 낭만의 시절이 그립고 즐거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자 나 역시 한겨울 새벽에 일어나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강원도와 서해에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사진 여행을 다니던 시절은 나에게도 오래전 일이 되어있었다. 

지금의 나는 하루라도 쉬면 내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해할 수도 있는 삶을 산다. 

그런 내 상황을 그에게 알려줘야 할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혹이나 그에게 허튼 꿈과 낭만이라도 돌아오는 걸 막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내 목표를 이룬다면 그에게 거짓말을 할 것이다. 

꿈을 다시 가지면 그 시절처럼 다시 살 수 있다고, 내가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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