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그는 정말 가깝게 사귀던 연인이었지만,
어느 날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어린 나는 당황스러웠고 어느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반면 의견이 다르면 나와 말싸움도 예전에 종종 했던 그는 매우 차분했다.
울지도 않았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기만 했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미 다 울었거든."
그는 나를 만나러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종종 울곤 했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울면 아무도 우는 것을 모르기에,
나는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것마저 야속했다.
*
내 회고가 다른 사람들의 글보다 어두울 때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은 회고 쓰는 일이 그가 자전거를 타며 울었듯,
내 어두운 이야기가 실생활에 영향을 주기 전에
미리 들어내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울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야속할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