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내 옛 모습의 귀환이라고 칭하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시 들여왔다.
이미 2대나 사서 계속 쓰다 망가트린 전력이 있을만큼 항상 지니고 다녔던 카메라였지만,
그 사실 조차 이제 10년이 넘었을만큼 긴 공백 뒤의 폴라로이드 SX-70와의 재회였다.
카메라를 들여와 다시 잡자 마자 익숙하게 카메라를 다뤘고,
촬영된 사진들 역시 내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항상 지니고 다녔을만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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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사진을 찍을 기회가 늘어나서인지 부쩍 다른 카메라에 관심이 늘었다.
내 옛 모습의 귀환이라고 칭할 때 딱 하나 빠진 것이 있다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건조해진 삶 때문에 보유의 의미가 없다며
언젠가 다시 쓰겠다는 각오를 하고 팔아버린 롤라이플렉스였다.
내 롤라이플렉스 사진을 돌이켜보면 분명 난 중형사진에 재능이 없었다.
사진의 구성이 나쁜 수준이면 이해를 하겠지만, 초점을 못 맞추는 사진 마저 많았다.
괜찮은 스냅 사진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모델을 데려다놓고 찍어도 사진이 별로였다.
인정하건데 분명 내 모자란 재능이 카메라를 판 이유 중 하나일 듯 하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흑백 사진을 그만 뒀다.
내가 아는 좋은 흑백 사진의 수준에 내가 도달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내 재능은 아마 다른 곳에 있겠거니 하며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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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건 중형 카메라에 큰 재능이 없고 큰 재미도 못 찾을 거라고 몇 번이고 되네이면서도
입지 못 할 옷을 계속 둘러보듯 여전히 롤라이 플렉스 중고품들을 둘러본다는 점이다.
그렇게 오래 깨달아왔으면서도 나를 못 달래는 걸 보면,
여전히 나는 아마추어 사진가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