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언니의 예언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쯤,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낯이 익은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내 이름을 부르며 본인이 누구인지 밝힘과 동시에,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일 정말 미안해. 갑자기 사과해서 당황스럽지?
내가 지금 그때의 너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
그래서 이제야 네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안 받아줘도 돼. 정말 미안했어.”
그 애들 중 한 명이었다.
내가 무리에서 나오고, 인원이 짝수가 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명이 전학을 가면서
다시 홀수가 되었고,
결국 또 그런 일이 있었던 거다.
그 문자를 받고 내가 답장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무리 안에서 꽤 친했다고 생각했던 아이였다.
그들과 같이 동조했을 때도,
먼지 같은 사과를 건넸을 때도,
나는 꽤 서글펐다.
그래서일까.
이제 와서 나와 같은 입장이 되었다는 말에,
웃기게도 ‘왜 하필 너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촌언니는 언젠가 다 돌아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차라리
나를 더 악하게 괴롭혔던 사람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도 그 겨울에,
뜻하지 않게 굴러온 여름의 사과 한 알은
살아가는 내내 꽤 도움이 됐다.
나는 나만 계속 시린 겨울에 사는 줄 알았다.
결국 사촌언니의 말은 맞았다.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돌고 돌아 한 번쯤은,
그저 따뜻하게만 보였던 온실이 무너지고
그 안에도
매서운 겨울이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됐을 테니까.
그렇다고 후련하지는 않다.
중학교 2학년의 끝은,
화장실에 갔다가 해결하지 못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진심으로 그 아이들을 좋아했다.
지금도 그 감정을 떠올리면 생생할 정도로,
너희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내가 조금 더 물러났고,
싫어도 괜찮은 척 넘겼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재고 따지지 않던
나의 순수함이 가끔은 그립다.
당시에 내가 보던 인터넷 소설처럼
극적인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어쩌면,
중학교 2학년의 나는
그 계절 속에서 어떻게든 빛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