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성은 자유 의지로 살아가는 것보다 남성중심사회에서 규정하는 ‘여성’이라는 표준에 맞게 살아가고 만들어진다.
안신주의 작품 속 여성들은 네모난 캔버스 안에 몸을 구겨 넣은 채로 갇혀있다. 하지만 이들은 캔버스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A world that smells like secondhand smoke>(2022)처럼 마치 캔버스 밖으로 뚫고 나올 것처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안신주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구속받고 제한되는 여성의 신체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 《박스 속의 여성Boxed Girl》은 이러한 작가의 주제 의식과 함께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여러 압박과 한계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유도한다.
안신주의 작업은 여성의 신체와 사회의 관계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심은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자라온 환경에서 여자는 정숙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갖출 것을 요구받는다. 또한 사회는 잘록한 허리, 날씬한 몸매, 큰 가슴과 같이 여러 고정관념들이 모여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기호를 만들고 대다수의 여성들이 이를 추구하고 욕망하도록 유도한다. 안신주는 이처럼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신체적 제약이 마치 상자 안에 갇혀 사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이를 캔버스로 옮겨서 표현한 것은 어떠한 의미가 파생될 수 있을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미술사는 여성 미술가들에 대한 존재를 은밀하게 지우며 남성중심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는 미술사 책을 펼쳐보았을 때, 여성 작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렇게 캔버스 위의 역사는 남성 중심하에 이어져왔다. 캔버스를 뚫고 나오고자 몸부림치는 안신주의 작품 속 여성들은 마치 이러한 오랜 미술사를 부정하고 여성 미술가들이 함께 공존하는 미술사를 요구하는 듯한 몸짓처럼 보인다.
안신주의 작업은 무의식 중에 주입되어 자유를 억압하고 우리의 사고를 무뎌지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대항할 수 있는 시각을 부여한다. 기획자는 이번 전시 《박스 속의 여성Boxed Girl》를 진행하며 “나는 어떠한 상자 속에 갇혀있는지”, “그 상자에서 나는 어떠한 상태로 있는지” 돌아보았다.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것에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계기로 시작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관념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