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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love》

by 희수

구뢰에게 있어 사랑은 성별을 떠나 사람과 사람 간에 느끼는 감정이다. 구뢰의 이러한 생각은 사랑을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위상으로 점철되기 이전의 상태로 집중시킨다. 또한 이성애중심적 연애관이 만연한 사회에서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사랑을 재고찰 하게 유도한다. 구뢰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가려져 있는 다양한 사랑을 회복하고자 한다.


보통 퀴어를 떠올리면 무지갯빛 색이 떠오르지만, 퀴어를 다루는 구뢰의 작품에는 암홍색, 하얀색 그리고 검은색뿐이다. 이는 구뢰가 퀴어들이 처한 현실적인 환경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퀴어는 국가적, 개인적 억압에서 발생한 여러 장벽으로 인해 사회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양지에서 밀려난 그림자와 같다. 구뢰는 이러한 퀴어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하여 그림자 색이라고 볼 수 있는 검은색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구뢰의 작품 전반에는 직사각형의 하얀색 짧은 선들이 테이프처럼 그려져 있다. 구뢰는 이 선들이 퀴어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박해의 흉터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상처를 가리는 반창고와 같다고 언급했다. 그림자는 흉터가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 그림자에 해코지를 하더라도 그 흉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구뢰의 작품 속 그림자들은 그 흉이 남는다. 그들은 기쁨과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상처 투성이인 그들은 퀴어를 향한 차별과 박해의 상처들을 몸에 남긴 채 서로의 피부를 맞대며 끌어안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의 생채기를 어루만지며 상처를 치유한다.


구뢰, <We all live under the same sun> 시리즈, 2022

구뢰는 꽃을 통해서도 퀴어의 사랑을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구뢰는 부상화와 나팔꽃을 화면에 그려 사랑하는 이들의 만남에 있어 느껴지는 풋풋함과 맹렬한 사랑을 나타낸다. <We all live under the same sun01>(2022), <오래 내 곁에 있어줘요>(2022)에 등장하는 나팔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구뢰는 나팔꽃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이 영원히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꽃과 인물을 함께 배치한 구성은 작품 속의 인물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품고 있는 사랑을 이루었으면 하는 의도를 내포한다. 구뢰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과 사람 간에 느끼는 자유로운 사랑의 스펙트럼을 이야기한다. 그는 부둥켜안은 이들의 성별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점에서 자신의 의도를 잘 투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색을 활용하지 않고도 퀴어가 처한 현실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상한다.


구뢰의 작품을 보며 한국에서 퀴어의 위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한국은 아직도 사회 도처에 차별금지법 반대, 퀴어 혐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퀴어는 단지 자신들이 가지고 태어난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뿐이지만, 이 원초적 감정은 또한 정치적, 사회적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나야 한다. 기획자는 구뢰의 작품을 통해 퀴어가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나아가 퀴어의 사랑을 정치적, 사회적 도마에 올리기 전, 단지 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뿐이며 사랑은 이성애적 사랑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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