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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Dec 18. 2018

한국스포츠, 시민운동의 한계와 극복(1)

동대문운동장 철거로 체육시민사회를 알다


*이 글은 지난 12월 8일 열린 ‘스포츠문화연구소 제 4회 포럼’ 발표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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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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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가 새롭다. 항상 행사 준비하기에 바빴던 내가 발제를 하다니, 체육시민사회 경력 5년 차에 누리는 경사다. 체육시민단체 행사 특성상 이 원고로 발제를 하는 날 참석하신 분들 중 절반 음, 너무 후하다. 열에 일곱은 함께 활동을 했거나, 아무리 인연이 없더라도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품앗이 한 사이일 것이다. 모르는 얼굴들이 많으면 참 좋겠지만, 이런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체육시민단체 구성원들이 단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히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올해 4월 솔개가 부리를 바위에 쪼는 것처럼 인사혁신을 한 연구소와 돋아난 부리로 깃털을 뽑아 튼튼하게 거듭나는 솔개처럼 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더욱 진해진 코와 턱 아래 모발로 한층 더 이탈리아 스타일로 거듭난 최동호 평론가가 올 한 해 동안 전개한 활동을 보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들어가는 말에 연구소 소장의 수염을 거론하고 싶어 안달난 이에게 감사와 보답의 자리로 마련한 스포츠문화연구소 연말포럼 발제를 맡긴 것 자체가 신선함 넘어 파격적인 행보이지 않은가. 각설하고, 이제부터 발제에 집중하겠다.
 
오늘 본인이 발표할 주제는 “한국 스포츠, 시민운동의 한계와 극복”이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그냥 놔두면 증언부언 글을 이어나갈 여지가 매우 높기에 일정의 형식을 두고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총 3장으로 나눠서 시민운동의 한계를 2장, 극복은 3장으로 하겠다. 굳이 1장을 마지막에 소개하는 이유는 이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경렬이 발제를 맡아도 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1장은 발표자가 지금까지 체육시민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살펴보겠다. 한계와 극복을 말하기 위한 절차이니 부디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1장 체육시민단체에서 활동하기까지.
 
1. 동대문운동장 철거
 
학자금대출금이 신형 중형차 값까지 쌓일 때까지 체육시민사회단체의 존재를 모르다 2012년 우연히 본 영화에서 4년 전 동대문운동장 철거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동대문운동장 철거반대운동을 펼쳤던 체육시민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전신인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를 알게 됐다. 체육시민사회 활동 계기는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몰랐던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대학수업, 정확하게 말하자면 체육학과 교수들에게 느낀 배신감에 기인한다.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2012년 지인의 강력추천으로 다큐 영화인 <말하는 건축가>를 보러갔다. 그런데 세상에, 영화의 주요 사건이 바로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립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를 모르고 있었다. 유년시절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준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지 4년 만에, 그것도 우연히 본 영화로 알게 될 정도로 사회현상을 모르고 지냈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깊은 자괴감 빠져 두 눈이 뻘겋게 부을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영화를 보고 나선 가슴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교수들에게 느낀 배신감으로 비롯된 감정이었다. 어떻게 강의시간에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말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한 일이다.
 
재수해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삼수 끝에 2007년 정문은 서울 후문은 경기도인 4년제 입학하여 2009년 소재지는 성북구이지만 성북구보다 먼 동대문구보다는 가까운 대학원에 진학하고 2011년 마지막 학기를 남겨뒀을 때까지 강의시간에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언급한 교수가 단연코,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업시간에 88올림픽의 성과가 어쩌고, 2002한일월드컵의 기적이 저쩌고, 21세기에는 스포츠가 대세니 유망직종이 주렁주렁 생길 거라며 호언장담을 해댔던 교수들이 몹시도 괘씸하고 얄미웠다.

나는 아직도 동대문운동장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면 울컥한다. 따라서 누군가 강의시간에 동대문운동장 철거 얘기를 했다면 누구보다 귀를 종긋 세울게 분명했다. 이에 대한 근거를 대보겠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동두천시에서 체육 용품점을 운영했는데 엄마는 종종 나를 데리고 물건을 주문하러 동대문운동장을 갔다. 동대문운동장역에 내리면 항상 엄마는 운동장 진입로에 가로수처럼 늘어섰던 포장마차에 들어가 자신이 먹을 순대곱창볶음과 내게 먹일 잔치국수를 시켰다.

아...현재 동두천시 시립도서관 디지털정보실에 마련된 컴퓨터로 글을 쓰는 중인데 지금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발제시간에도 울먹일까봐 걱정스럽다. 내가 울면 비록 무지개 연못은 아니지만 나를 섭외한 최동호 소장은 땅을 치며 섭외 실패에 따른 책임감으로 통탄의 눈물을 쏟을 텐데.. 심히 우려스럽다.

이 정도로 각별했기에 운동장 철거 반대는 물론 철거 되고 나서도 반성은커녕 아쉬움을 비친 교수가 없는 체육학계를 경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2년 10월 발간된 책 <동대문운동장> 접하고 체육계를 향한 지독한 냉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마지막 고교야구 대회인 제37회 봉황대기 대회 모습과 철거 과정을 담아낸 포토에세이집인데, 수록된 사진 중 스포츠문화연대의 전신인 문화연대 체육위원회와 체육시민연대가 제작한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보게 된 것이다.



* 다음편 예고*

•2. 2013-2016 : 라커룸과 데뷔 그리고 스포츠문화연구소 간사

•3. 2017 : 체육시민연대 대외협력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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