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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Aug 07. 2020

장례식장에서

몇 년 전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는 길에 본 달은 그날따라 유난히 크고 가까워서, 이러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장례식장에서는 부조함에 봉투를 넣고, 향을 피우고, 절을 두 번 한 뒤 상주와 맞절을 한다. 무엇하나 제대로 못했다. 말없이 밥을 먹는 내 옆에 와서 형은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너 나이 때 애들이 와주면 마음이 너무 아파. 서투른 걸 봐도 그렇고, 익숙한 걸 봐도 그래. 아무튼 와줘서 고맙다.


밥을 다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일어나는 도중에 그만 눈물이 흐를까 봐 고개를 박고 다 먹었다.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모두 건강해서 ‘죽는다’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순진한 생각을 창문을 보며 꽤 길게 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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