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를 왔다. 내가 사투리를 쓴다고 서울 아이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교복이 다르다고 수근대면 어쩌지 싶었는데, (겨울방학 즈음에 전학을 와서 내년에 졸업생들이 남기고 가는 교복을 이어받을 예정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 아이들은 생각보다 따스하고 친절했으며 적당량의 관심을 보이는 법을 알았다.
학교가 바뀌었어도 중간고사는 있기 마련이라 저녁까지 같이 있던 반 친구가 배가 고프니 편의점을 가자고 했다. 편의점에 가서 유제품 코너를 간 뒤 친구가 집어든 건 바로 길쭉한 치즈였다. 치즈라고는 노란 체다치즈밖에 몰랐던 어린 나는 촌놈으로 얕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얼른 따라 집어 들었다.
당연히 얼마 가지 않아 들통이 났다. 껍질을 부욱 벗기고 한 입 크게 베어먹는데 뭔가 이상했다. 친구는 옆에서 나를 신기하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결을 따라 주욱 찢어서 먹는 거야.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살짝 데워서 먹으면 더 맛있는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어느덧 지나 이제 나는 종종 스트링 치즈를 찢어서 맥주와 먹는다. 내게 스트링 치즈를 가르쳐 준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먹을때마다는 아니지만 가끔씩 생각이 난다.
처음 겪는 일과 경험들에 당황하지 않는 것, 처음이라도 낯설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말만 쉽지 정말 어렵다.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렵고 어떤 때는 그냥 다 어렵다. 그냥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