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해커톤 : 48시간 안에 영상 제작하기
"같이 해볼까요?"
라는 말에 이끌려 48시간 안에 영상을 완성해야 하는 사태에 놓였다. 미리 준비했다면 48시간 안에 끝내지 않아도 됐겠지만, 취미로 무언가를 '제대로' 해본다는 건 늘 쉽지 않은 법이다. 이런저런 AI들을 틈틈이 써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상 툴을 제대로 다뤄본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스토리보드 작업과 이미지 생성만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 관계상 AI 영상 생성까지 내가 맡게 되었다.
영상을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내가 과연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한가득인 상태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디자이너가 이미지들은 제공해 주었지만, 그 이미지가 원하는 방식으로 영상화될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단시간 안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하지만 Kling과 루마 같은 AI 도구들은 생각보다 사용하기 쉬웠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파라미터를 조정하면 영상 클립들이 자동으로 생성됐다. 몇 시간의 실험 끝에 거의 자동화된 워크플로우도 구축할 수 있었다. 기술적 장벽은 의외로 낮았다.
진짜 어려움은 그다음이었다. 쏟아지는 수많은 클립 중에서 어떤 것이 정말 좋은 영상인지 고르는 일이었다. 처음엔 '괜찮다'라고 느꼈던 장면이 나중에는 평범해 보였고, 스쳐 지나친 클립이 되레 더 인상적이었던 경우도 많았다. 영상의 리듬감, 감정적 전달력, 장면 전환의 매끄러움 같은 요소를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쉽게 습득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번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상이 더 괜찮은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든 결정과 판단은 내가 해야만 했다.
주인공이 떨어지는 장면. 3개 중 어떤 것이 과연 베스트 샷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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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I 시대의 창작자에게 진짜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보는 눈'이다. 기술은 날로 쉬워지고, 곧 누구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정말 좋은지, 나쁘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도구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안목이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AI를 다루는 스킬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은 천천히 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