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감이란?
중고등학생 때부터 유별나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 따돌림의 경험이 있었다. 내가 관계에 서투르고 잘못한 건지, 그들이 나빴던 건지 몰라도. 그리고 이후부터는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2학년 까진, 친구들과의 연결지점이었던 '게임'을 선택해 집중했다. 다만 '게임'하는 친구들은 내가 함께 게임을 하지 않으면 나를 탓했다. 그래서 나는 '게임'이 아닌 '대화와 시간'을 공유하는 친구집단에 끼고 싶었다. 운 좋게 중3 때 그런 친구들이 생겼고 나만의 '관계론(다수보단 소수에게)'이 생겨났다(감사하게도 아직도 이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좋은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좋은 영향들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좋았다. 관계에 대한 시도가 실패해도 괜찮았다. 물론 섭섭도 했지만.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나는 중학교 선생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인간적인 만남과 함께 가정교과 시간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물론 가정교과를 배운 내 또래 사람들 대부분 '음식 하고 바느질하는 교과자나'라고 생각하고 있겠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개정되며 인간발달이나 가족관계, 생애설계, 진로, 소비생활에 대한 내용들이 더 강조되었다.
중학교에서 '자아정체감'을 가정교과의 교과내용들을 통해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융합수업, 프로젝트수업, 학생 집단상담,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이나 신규교사들 멘티역할 등이 실제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지금 대학원 석사논문연구의 주제로 '자아정체감'을 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보면 난 늘 '자아정체감'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것 같다. 아니면 일련의 사건과 핵심단어들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게 '자아정체감'인 것 같기도.
다만 이런 생각을 늘 품고 살았던 나조차도 '자아정체감'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듯 익숙하진 않다. 그래도 유행처럼 방송가 덕분에 '자아존중감'이 꽤나 큰 이슈를 끈 심리학용어가 되었다. 자아존중감이 자존감이라는 줄임말로 남용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자아정체감과 어감이 비슷한 단어이기에 꽤나 자아정체감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했던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아정체감'은 무엇일까?
자아정체감(Ego Identity)은 에릭슨(E.Erikson)이 제시한 심리학용어이다(용어가 한 개의 확정된 단어로서 쓰이고 있지 않다. 정체성(Identity), 자아정체성(Ego Identity, self identity) 등등, 연재 글에서는 최대한 '자아정체감'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자아'는 '나'를 의미하고 '정체'는 '누구냐', '감'은 '믿음과 느낌'이다. 모아서 정리하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믿음과 느낌을 말한다. 그리고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바로 '고유성, 동일성, 지속성'이다.
정체성(Identity)이란 용어는 자신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Erikson, 1956: 57; Moore, Fine, 1990)
에릭슨(E.Erikson)의 위의 말에서 제시한 동일성과 지속성에 대한 정의를 밝혀보면, 타인과 구분되는 고유한 자신으로서의 특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이 동일성(Sameness)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핵심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지속성(Continuity)이 된다. 그리고 이 둘을 통해 타인과 구분할 수 있는 고유성(Uniqueness)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즉 정체성은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인 것이다.
에릭슨(E.Erikson)은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환경과 개인의 발달의 긴밀한 관계를 전제로 두어, 심리사회적(psychosocail) 입장에서 정체감을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렇기에 개인은 사회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발달하기에, 발달을 개인만이 아닌 사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연장선으로서 심리사회적 유예기(psychosocail moratorium)와 정체감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제시하게 된다(이 내용들은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도록 하자).
여하튼 에릭슨(E.Erikson)이 자아정체감 형성을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청소년기에만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정체감이 없이는 살아있다는 느낌은 없다”(E.Erikson,1968)라고 에릭슨(E.Erikson)이 말한 것처럼, 정체성은 인간의 생애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결국은 나로부터 무언가가 이뤄지지 않는가. 그래서 나에게 이 자아정체감이 흥미롭고 재밌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