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ir with stray cats in Gapado, Jeju
EP.13 섬이 가진 두 얼굴
가파도로 향하는 보통의 하루는 점심 때 쯤 시작한다. 냥이들이 낮에는 낮잠을 자다가 오후 늦게 기지개 펴며 모습을 보여주는 루틴을 알게 된 후부터 내 루틴도 자연스레 그들에게 맞춰졌다.
오늘은 기상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스낵바 이모가 오늘 배가 결항될 거라고 하셨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배 운항 일정이 업데이트 되는 8시가 되기 전 일어나 우리집 냥이들과 강아지 밥을 먹이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기다림 마저 설렌다.
다행히 운이 좋았다. 오전 배 운항 스케줄은 ‘정상’.
혹시나 오후엔 결항이 될까 싶은 걱정에 9시 첫 배를 타고 부지런히 가파도로 향했고, 섬에 도착하여 아이들과 만나러 다니는 오전 시간 내내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산들 바람처럼 따뜻했다.
‘에이 오늘도 일기예보는 틀렸구나’ 싶어 나름 다행이고 뿌듯하다 느끼며 아이들을 만나고 섬에서 나오려고 할 때 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동에서 선착장이 있는 상동으로 넘어오는데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심해졌다.
순간 ‘기상청 일 잘 했네. 내가 가파도를 잘 안다고 오만했네.’ 싶었다.
제주도도 섬이지만 섬 속의 섬 가파도에 비하면 제주도는 거의 대륙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방금 전까지 잔잔하던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길을 적시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이 바로 가파도다.
이렇듯 우리는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아무리 많더라도 ‘내가 전문가다’ 라는 오만을 해선 안 될 것 같다. 늘 삶에는 변수가 있고, 이러한 변수는 어떤 ‘전문가’도 예측이 불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