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사이즈를 긍정하며 산다.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충만하게 나답다.
나는 잘 먹고 많이 먹는다. 아직 나보다 많이 먹는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내가 더 많이 먹는다. 학교를 기준으로 하면 활동량이 많고 기초대사량이 높은 체육과 남교사들보다 내가 더 잘 먹는다. 내가 식판에 급식을 담아 오면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동료교사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학기 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익숙하게 보던 여성의 식판이 아니니 놀랄 만도 하지 싶다. 일반적인 여성이 보통 수준으로 섭취하는 식사량을 훌쩍 뛰어넘으니 어찌 생각하면 놀라는 게 놀랍지 않다. 그중 일부 몇몇 동료교사들은 한 학기 이상의 시간 동안 같이 급식실에서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기도 하던데 그럴 때는 난 웃으며 이렇게 말해 준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더 먹어야 더 이상 안 놀랠 거예요?”라고.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요?”라고.
먹부심 작렬하는 순간이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점심시간에 학교급식을 폭식한다. 당연히 학교에서 먹는 급식 한 끼가 내 끼니의 전부는 절대로 아니다. 학교급식만 폭식하는 것도 결단코 아니다. 나는 위(胃), 대(大), 하다. 나는 위대하다. 큭큭큭.
나는 잘 먹고 많이 먹기 때문에 날씬하지는 않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는 식사량에 비해 아주 날씬하고 몸매에 제법 균형이 있다. 들어가야 할 데는 들어가 있고 나와야 할 데는 나와 있다. 다만 전체적인 사이즈가 조금 클 뿐이다. 물론 많이 먹어서 배는 살짝 나왔다. 많이 먹은 직후에는 다소 민망할 정도로 배가 불룩하다만. 물론 다 내 생각이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잘 먹고 많이 먹는 나를 인정하고, 그래서 혹여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찌지는 않도록 열심히 운동하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나는 내 사이즈를 긍정하며 산다.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충만하게 나답다.
난 한결같이 잘 먹었다. 내 기억에는 없는 갓난아이 시절부터 투정 한 번을 안 하고 배탈 한 번이 안 나고 잘 먹었단다.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밥만 잘 먹는 사람이 바로 나다. 아마 앞으로도 잘 먹고 많이 먹을 게다. 나는 이렇게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도 살기 위해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젊다 못해 어린 시절에는 이 생각을 더욱 강하게 했다. 먹는 행위는 살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라고 생각했다.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뭘 먹든 먹을 때는 먹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도 말이다. 명언의 가르침대로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하는 게 맞으니까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도 그런 나를 꽤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인정하고 긍정하지 못했다.
내가 잘 먹고 많이 먹은 음식만큼이나 나이도 꽤 많이 먹었다-필시 나이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었을 게다-는 생각이 들 무렵 생각이 확장되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꼭 배가 고파야 하나? 소크라테스는 배부르면 안 되나? 배부르면 다 돼진가? 배부른 소크라테스는 없나? 아주 가끔은 배부른 돼지가 돼도 괜찮지 않나?
먹는 즐거움은 삶의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삶의 순간에는 먹는 게 큰 영향을 끼칠 때도 많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무엇을 먹느냐도 큰 의미가 있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의 힘을 믿는다. 확신하건대 미슐랭 3스타 셰프도 내 엄마보다 나를 위해 더 큰 사랑과 위로가 담긴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엄마다. 내가 먹는 게 나를 만든다. 오랫동안 매일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한 사람이 건강하기는 힘들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데 마음이 건강할 수 없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먹는 음식이 그 시간의 결과를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소개팅에서 흔히 먹는 메뉴가 괜히 파스타가 아니다. 인생에서 먹는 게 중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잘 먹고 많이 먹는 나를 사랑한다.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먹기 위해 살기도 하고 또 살기 위해 먹는 순간도 있다. 살기 위해 먹는 순간에도 충실하게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러면서 배부르지만 돼지는 아니게, 소크라테스까지는 못 되더라도 썩 괜찮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더러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며 살겠지만 적어도 실수인 걸 모르지는 않게, 잘못이 부끄러운 건지도 모르지는 않게,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잘 먹고 많이 먹으며. 오늘도 급식은 폭식이다. 신난다.
이미지 출처: Pixabay의 Mirko Fabia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