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주는 자유를 갈망한다.
돈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거나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 말에 위선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돈이 전부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돈이 전부가 아님에도 돈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과 상황이 있다. 돈이 나머지 다른 모든 것들을 결정짓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삶에서 그런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돈 때문이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아주 절실하게.
돈이 전부는 아니어도 돈은 힘이 막강하다. 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삶의 많은 부분과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능력과 아름다움, 사회적 성취와 지위, 심지어 사회적 평가와 개인의 자존감에까지 돈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돈이 무섭고 돈은 위대하다. 그리고 돈이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싫다는 것은 가난을 선택하겠다는 것일 게다. 가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 돈이 싫다고 하다니. 나는 이게 위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제목을 빌렸다-이라는 표현에 더 가까운 삶이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도 항상 돈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하는 서민이었다. 사치하거나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며 살뜰하게 모으면 제법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재산이 모이거나 불어나지 않는 세상이다. 부자가 개인의 노력으로만 되지 않듯이 가난도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내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다는 것이 열심히 사신 두 분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내가 흙수저 출신이라는 표현은 애써 외면한다. 내 부모가 가난하다고 내 부모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삶을 평가하는 가치에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 이제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이 같지 않고 출발점이 다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벌써 오래전에 끝났다. 내가 겨우 서 있는 흙바닥과 네가 딛고 우뚝 선 금계단을 비교한다. 네가 그 금계단을 딛고 성취하고 성취할 무언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순간적일지라도 자격지심을 느끼고 열등감에 빠진다. 네 성취는 네 노력만이 아니라 네 부모가 가진 돈 덕분이었다고 소리치고 싶다. 네가 한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도 너만큼 될 수 없는 게 나 같이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아니 애초에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없다고, 왜냐하면 그 노력이란 걸 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만들 때까지 노력하다가 진짜 하고 싶은 노력은 해보지도 못하고 지친다고. 노력 자체가 돈의 힘이다.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돈이 주는 자유를 갈망한다. 돈을 권력으로 휘두르거나 허세의 도구로 쓰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나왔다. 돈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거나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돈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다. 오직 나의 자유의지로 나의 모든 선호를 선택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취향마저도 돈의 영향 아래에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제약 없이 완벽하게 자유롭고 싶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싶다.
그러면서 부자와는 거리가 먼 공무원으로 살고 있다. 나는 가끔 모순덩어리 같다. 하여튼. 공무원도 나름이겠지만 교사는 고위 관료가 아니다. 월급쟁이지만 그것도 심지어 하급 공무원이지만 부자로 은퇴하고 싶어 매일 조금씩 꾸준히 노력한다. 지출을 관리하고 소비를 통제하며 가계를 잘 경영하기 위해 애쓴다. 재테크는 소비통제로부터 시작된다. 표현이 그럴싸할 뿐 소비통제는 내가 더러 ‘짜치는’ 순간도 모른 척 꾹 참아내야 한다. 아파트 투자에 관한 책을 읽고 주식 투자와 관련된 유튜브를 본다. 실물 경제와 재테크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매일경제 기사를 헤드라인만이라도 확인한다. 자본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금리와 이자율을 계산하고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국내외 정치 뉴스를 찾아본다. 부동산의 전망을 예측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종목별로 ETF 상품의 추이를 분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티끌도 없는데 태산이 어떻게 만들어지겠나. 가능성도 없다. 티끌이라도 있어야 꿈이라도 꿀 수 있다. 티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태산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작은 돈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큰돈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는가. 인생은 한방이라고? 한방 타령하다가 쪽박도 못 찬다. 투자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 대부분 성공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투자 한방으로 인생 역전한 사람들이 그 한방을 위해 노력한 시간과 정도부터 봐야 한다. 그 투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주 긴 시간 동안 애쓴 것을 읽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그 시간들의 힘을 믿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데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부자로 태어나는 것밖에 없다.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나는, 그래서 나의 돈을 다루는 능력과 내가 담을 수 있는 돈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부자가 된 나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