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by 꾀돌이

학교에서의 자잘한 활동들은 어떤 씨앗이 되지 못해도 의미가 있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의 시간들도 의미가 되기를 꿈꾼다.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은 학교에서의 시간들을 아이로 행복하게 살고

그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진짜 어른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우는 게 싫다. 나이가 어릴수록 우는 빈도가 높다. 자주 울고 많이 운다. 울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배고파서 울고 화나서 울고 힘들어서 울고 억울해서 운다. 우리 반이 피구경기에 져서 울고 여친이 카톡을 읽씹해서 울고 올백을 못 맞아서 운다. 우는 사람을 보면 난감하다. 뭘 어쩌자는 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황스러워서 짜증이 날 것 같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교사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욕하고 싸우고 소리 지르고 고자질하고 조르고 떼쓰고 보채고 엉엉 울고 크게 웃고 뛰어다니고 몰려다니고 도망가고 잡으러 가고 던지고 때리고 맞고 시끄럽게 먹는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고요하다. 그렇다고 학교에 아이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 적은 없다. 그게 학교가 존재하는 목적이나 이유가 아닌 것쯤을 모르지 않기에. 그래도 아이들이 조금 일찍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는 가끔 있다. 아주 가끔.

내 꿈은 교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가 되었다. 내가 교사를 꿈꾸지 않았다는 것보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교사로서의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다거나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고백을 하는 교사를 만나면 내가 교사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만 같았다. 내가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자꾸 작아졌다.

내가 느끼는 교사로서의 나와는 상관없이 교사로서의 삶은 계속되었다.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행동을 관찰하며 생활을 지도하고 수업을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꿈이 교사가 아니었어도,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게 내 일이다. 월급루팡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일을 잘하거나 열심히는 못 해도 내 일을 우습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여러 번의 체험학습을 가고 잦은 학급회의를 하며 아이들과 대화하고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 자료를 찾고 공개 수업을 하고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여러 해의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겨울 방학을 보냈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어제를 기억하고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즐겁게 지내기를 희망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알고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타고난 모습을 인정하고 긍정할 줄 알며 나아갈 데를 탐색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에 조금씩 다가가기를 기도한다.

내 수업에서의 한 마디가 생각을 키우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고 일상에서의 가르침은 깨달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의 자잘한 활동들은 어떤 씨앗이 되지 못해도 의미가 있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의 시간들도 의미가 되기를 꿈꾼다.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은 학교에서의 시간들을 아이로 행복하게 살고 그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진짜 어른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충실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교사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그러하기를 희망한다. 교사와 학교가 아이들에게 성장을 이끄는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노력하고 더딜지언정 노력을 멈추지는 않는다. 물론 노력하는 만큼 성장하지 않는다. 노력과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폭망하는 날도 있다. 자멸하는 순간보다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외부충격이 압도적으로 많다. (제기랄.) 그래도 나는 교사로서 노력한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나를 꿈꾸며.



이미지 제공: Pixabay WOKANDA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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