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반찬은 필수템

ft. 닭과 달걀

by 꾀돌이

채식 따위 소나 줘버려!


급식은 학교의 아이들을 위해 조리되는 음식이다. 때문에,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하게 공급하기 위한 식단이 준비된다.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로 나뉘는데, 아이들에게 식물성 단백질은 그냥 야채로 분류된다. 동물성 단백질은 어류와 육류로 나뉘는데, 아이들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선도 나름이겠지만. 급식에는 대개 고등어, 삼치, 임연수, 가자미 등이 등장한다. 대게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고기에 진심이다. '평생 고기만 먹기'와 '평생 야채만 먹기' 중에서 아이들은 주저 없이 압도적인 비율로 평생 고기만 먹기를 선택한다. 아이들에게는 콩과 두부보다 물고기, 물고기보다 육고기가 답이다. 채소 위주의 식단은 기껏 조리된 음식이 식판을 잠시 거쳤다가 음쓰통으로 향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야채는 일부 아이들에게 또는 아주 소량씩만 섭취된다. 월급이 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듯이, 야채는 아이들의 식판에 잠시 머물다 떠난다. 야채거부운동을 유치원생들만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급식은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된다. 고기반찬이 필수템이다. (여기서 잠깐, 행여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미리 설명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자. 육류가 빠지지 않는 식단이지 고기반찬‘만’ 나오지 않는다. 고기를 야채와 함께 섭취할 수 있도록 급식의 재료와 맛에서 영양(교)사가 고민하고 조리실무사들이 노력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학교 급식을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은 바로 깨달을 수 있다.)




고기반찬은 적어도 한 가지, 드물지만 많게는 세 가지까지 나온다. 천연육과 가공육이 같이 나오기도 하고, 두 개의 다른 고기가 나오기도 하고, 같은 종류의 고기가 다른 방식으로 조리되어 나오기도 한다. 고기가 생선과 함께 나오는 날도 있다.

소고기가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또는 닭고기와 같이 나오기도 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나 오리고기가 생선과 같이 나오기도 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다른 방식으로 조리되어 두 개의 메뉴로 나오기도 한다.

소고기해장국과 비엔나야채볶음이 같이 나오고, 소고기미역국과 돼지갈비찜이 같이 나오고, 육개장과 떡갈비가 같이 나온다. 닭개장과 임연수간장구이가 같이 나오고, 돈육김치찌개와 비엔나소시지볶음 그리고 가자미오븐구이가 같이 나온다. 훈제오리만 나오기도 하고, 갈비탕만 나오기도 하고, 등심치즈돈가스만 나오기도 한다.


고기반찬이 맛없기 어렵다. 아무리 못해도 기본 이상 한다. 식당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식당보다 맛있는 급식 이야기는 앞으로 하나씩 하는 걸로.) 시판 간장을 극강의 맛으로 끌어올리는 급식대가들의 손에 주찬의 재료인 고기가 들렸는데, 뭔들 못할까. (급식대가들이 간장으로 만든 부추양념장에 관한 글을 확인하시라.) 끓이거나 튀겨서, 삶거나 구워서, 볶거나 졸여서... 날짜별로 매일 다르게, 여러 종류의 고기들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고기반찬이 나온다. 진짜 맛있다. 아는 맛이지만 혹은 아는 맛이어서 기다리고 기대된다.


국, 주찬, 부찬에 번갈아 또는 겹쳐서 고기반찬이 나오다 보니, 흔치 않은데 한 번은 닭과 달걀이 한꺼번에 나온 경우가 있었다. 달걀부추국과 닭다리간장조림이 함께 나온 날이었는데, 달걀부추국과 닭다리간장조림 모두 나무랄 데 없는 맛이었다. 그런데 맛있게 먹으면서도 닭과 달걀을 같이 먹어도 되는 건가 싶어졌다. 자꾸 그 생각을 하면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애써 외면하고 먹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에는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먹성 넘치도록 좋은 내가 말이다.




일본에 오야코동이라는 음식이 있다. 달착지근한 국물로 졸인 닭고기에 계란을 풀어 넣어 익힌 후 밥 위에 얹어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덮밥 요리다. 오야코가 부모와 자식을 뜻하고 동은 덮밥이니, 오야코동을 한글로 직역하면 ‘부모와자식덮밥’이 된다.


닭과 달걀을 한 식판에 담아, 한 그릇에 넣어 같이 먹는다. 부모와 자식을 한 끼의 식사에서 먹어 치운다. 살벌하다. 닭 입장에서는 인간이 가족몰살범이다. 심지어 연쇄. 그것도 대량.


나도 고기반찬 좋아한다. 나름 고기에 진심이다. 완전한 잡식성이지만 선호를 고르자면 육식파에 가깝다. 그래도 닭이랑 달걀을 같이 먹지는 말자. 굳이 그렇게 먹지 않아도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이다. 닭과 달걀을 한 식판에 넣고 한꺼번에 먹는다는 것은 닭과 달걀을 식재료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닭과 달걀이 인간의 먹을 필요를 위해 쓰이는 재료로만 인식되는 것이다. 이는 닭과 달걀이 인간을 위한 식재료로 존재되기 전에 생명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것이 된다.


닭과 달걀을 식재료의 관점으로만 보지 말자. 닭이 알을 낳으면 그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가 커서 닭이 되어 다시 알을 낳는다. 인간이 달걀, 병아리, 닭으로 이름 지어 구분했을 뿐 태어나 죽기까지 존재하면서 변화하는 하나의 목숨이다. 달걀, 병아리, 닭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닭과 병아리 그리고 달걀이라고 달리 이름 짓더라도 닭과 병아리 그리고 달걀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취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닭과 달걀을 한 식판에서 같이 먹고 자란 아이들은 닭과 달걀을 식재료라고만 생각하게 되고, 생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생명이어도 인간에게 식재료로 쓰이니, 생명은 빼고 그저 필요한 재료라고만 생각하기 시작하면, 궁극에는 닭과 플라스틱이 같아진다. 닭을 플라스틱과 같이 인간에게 필요한 도구로만 생각하게 된다. 닭과 플라스틱을 같이 취급하게 되면, 언젠가 인간도 필요한 도구가 되었을 때는 물건처럼 취급해 버릴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에게 필요해 죽여서 먹더라도 물건으로 취급하지는 말아야 되지 않겠나. 우리 아이들에게 은연중에라도 그런 인식이 생기게 먹이지는 말아야 되지 않겠나. 닭과 달걀은 따로 먹자.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여도 어미와 새끼를 한 식탁에 올리지는 말자.




이미지 출처: Pixabay의 Michal Jarmol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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