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물반찬도 고봉

by 꾀돌이

삼색나물무침, 시금치무침, 미역줄기팽이볶음, 명엽채볶음, 달래오이무침, 도라지오이생채, 취나물무침, 고구마줄기볶음, 숙주미나리무침, 고춧잎무침, 감자채볶음, 오이생채, 돌자반볶음, 버섯볶음, 마늘종볶음, 애느타리초무침, 근대무침, 연근찹쌀부각, 도토리묵야채무침, 오이양파무침, 사과치커리고추장무침, 찹쌀김부각, 노각생채, 고구마순들깨볶음, 청포묵무침, 건파래볶음, 연근부각, 버섯야채볶음, 오이지무침, 우엉채조림, 파래돌자반볶음, 연근조림.




기본찬인 김치를 제외하고, 뭍이나 물에 사는 고기가 아닌 채소로 구성된 반찬은 일 년 치를 모아도 이 정도가 전부다. 육식파여도 나물반찬은 반갑다. 냄새부터 매혹적이고 생김새마저 화려한 고기반찬들 틈에서 나물은 향기도 묻히고 모양도 눈에 띄지 않지만 묵묵히 귀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시의 빌딩과 건물 틈에서 발견한 작은 숲처럼 고기와 고기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나물들이 고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반찬에 먼저 눈이 가고 손이 반응한다. 어쩔 수 없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바로 나물도 한 젓가락 듬뿍 집어든다.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사각거리고 서걱거리는, 쫄깃하면서도 탱글한, 오독오독 씹히는 나물의 식감을 즐긴다. 무엇보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좋다. 식판 위의 음식들이 비로소 내 입안에서 균형을 갖춘다.




삶의 여러 영역에서 균형은 아주 중요하다. 일과 사랑, 직장과 가정, 이성과 감정, 따뜻함과 냉정함, 편안함과 긴장감, 너그러움과 엄격함, 진지함과 가벼움. 이 모든 것들 사이의 적정한 선은 개인을 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 적당한 지점, 딱 그 정도를 찾고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내 삶의 균형은 내가 맞춰야 한다. 나의 균형은 오직 나만 안다. 나만이 맞출 수 있다. 남의 균형이 내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너는 내가 아니기에, 나는 나뿐이기에. 그러려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조금 더 친절하고 너그럽게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며 지향하는지 생각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나를 찾을 때 온전한 나로 살게 된다.




이미지 출처: Pixabay Shingo_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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