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집순이의 급식실 세계여행
급식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음식은 여전히 한식이지만, 급식실에 한식만 있는 건 아니다.
중식, 일식은 이미 기본이다. 짬짜면, 사천볶음짜장면, 마파두부, 마라탕, 마라상궈, 찹쌀탕수육, 유린기, 꿔바로우, 자차이가 나온다. 수제돈가스, 통모짜치즈카츠, 가쓰오우동장국, 어묵우동, 샤부샤부국이 차려진다.
이탈리안과 아메리칸 푸드도 당연스럽다. 샐러드파스타, 토마토스파게티, 직화피자, 베이비백립, 불고기버거, 케이준감자튀김, 양송이크림수프, 오이피클을 먹는다.
이제 베트남, 인도, 멕시코, 터키의 음식도 만날 수 있다. 나시고랭볶음밥, 쌀국수, 짜조, 마크니커리, 난, 라이스콘칩나초, 치킨토르티야롤, 목살필라프가 차려진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드문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집순이. 이불 밖은 위험하다. 집에서 할 게 얼마나 많은데. 혼자 집에서 놀아도 하루가 금방 간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특히 관광을 위한 여행은 당최 귀찮고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그나마 휴양을 위한 여행은 생각해 볼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봤자 쉼을 위한 여행도 매한가지다. 집에서 쉬는 게 제일 편하다. 굳이 안전한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쉽지 않다. 난 잠자리가 바뀌면 밤새 뒤척인다. 익숙한 곳을 선호한다. 낯선 곳은 긴장되고 위축된다. 온몸의 감각이 불필요하게 예민해지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 생각만으로도 피곤이 급격하게 몰려온다.
이런 내게 음식은 여행을 출발하는 문이 된다. 난을 마크니커리에 듬뿍 찍어서 한입 먹으면 인도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다. 창밖으로 여유롭게 걸어가는 소떼가 보일 것만 같다. 나시고랭볶음밥 한 숟갈을 입에 넣고 짜조까지 베어 물면 공기마저 베트남인 것 같다. 어느새 향신료 냄새가 잔뜩 섞인 습도 높고 후텁한 베트남의 한 노상 식당에 앉아 있다. 치킨토르티야롤을 손에 들면 저만치서 멕시코의 마리아치가 들리는 듯하다. 흥겹다.
음식으로 그 나라와 지역을 먼저 경험하고 만끽하다가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증을 가진다. 현지의 맛은 한국에서 먹던 맛과 어떻게 다를지 얼마나 같을지 기대한다. 여행을 번거롭게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여행을 꿈꾸며 설렌다. 음식 덕분에. 그렇게 여행은 시작된다. 급식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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