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캠핑모둠구이(ft. 작가라는 이름)

by 꾀돌이

식단표에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메뉴들이 있다.

캠핑모둠구이, 심쿵햄구이, 스마일생일머핀, 만우절쌀뻥, 식목일바스크치즈케이크, 연필마카롱, 트리도넛케이크, 깡통시장돼지고기후라이드, 블랙타이거새우치즈구이, 돈두부스테이크, 통모짜치즈카츠, 고구마치즈돈가스, 피시 앤 칩스, 등심치즈돈가스, 문어타코야끼, 분모자로제찜닭, 너비아니구이, 부산물떡어묵국, 돼지국밥, 소떡소떡, 물방울추로스, 허니버터아몬드.


이 중에 으뜸은 단연 캠핑모둠구이다. 의외로 캠핑모둠구이는 아주 단순한 메뉴다. 한입 크기로 자른 돼지고기와 새송이버섯을 비엔나소시지와 함께 그릴에 단지 구워냈을 뿐 복잡한 레시피나 화려한 토핑이 없다. 이 간단한 음식에 그토록 설레는 이유는 오직 ‘캠핑’이 들어간 이름 때문이다.

그냥 ‘모둠구이’는 지루하다. 하지만 평범한 모둠구이에 ‘캠핑’이 붙는 순간 더 이상 보통의 모둠구이가 아니게 된다. 설레고 떨리고 기대하게 만든다. 약간 들뜬 마음과 기분 좋은 낯섦, 쉼과 여유, 편안함과 즐거움이 응집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일상이 따분해졌다. 무얼 해도, 어떤 걸 봐도 재밌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에 가보고 저기를 기웃거렸다. 나를 설레고 떨리게 하는 무언가를 계속 찾아다녔다. 물론 잠깐의 즐거움과 찰나의 쾌락은 있었다. 하지만 금방 시들해졌다. 이내 시시해졌다. 우정은 하찮았고, 사랑은 귀찮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라는 단어를 기억해 냈다. 아주 오래전에 꿈꿨으나 이내 잊어버려 자연스레 묵혀뒀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작가라는 꿈을 다시 꾸며, 나는 설레고 떨렸다. 설레고 떨리는 무언가가 생겨서 기뻤다. 열정이 피어나고 젊음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아 신나 했다. 또 슬프고 아련했다. 살면서 놓쳤던 꿈과 기회들을 회상했다. 기회인 줄도 모르고 지나친 순간들은 없었는지, 왜 더 큰 꿈을 꾸지 않았는지, 오래된 꿈이어도 이제야 시작하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자꾸만 회한이 몰려왔다. 삶에 치여 잊어버린 소중한 그 무엇들이 자주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했고, 작가라는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고 쓰고 있다.




여전히 작가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떨린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떤 순간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끝내 등단하지 못하고 그저 취미로 글쓰기를 하던 사람으로 남는다고 해도 글을 쓸 텐가”라고.

대답은 “그래”였다.


아주 먼 길을 돌아서, 완전히 다른 길 위에서 작가의 길을 꿈꾼다. 돌아온 먼 길에서도, 완전히 다른 길 위에서의 여정도 내가 꿈꾸고 걸어갈 새로운 길에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앞으로의 내 모든 걸음은 지금까지의 내 걸음들과 분명 맞닿아있다.


오십 년 동안 글 쓸 텐데, 너무 조바심 내지 말자. 설레고 떨리는 이 마음을 믿자.




이미지 출처: PixabayNhi Nguyễn Tườ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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