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ft. 급식은 사랑입니다

by 꾀돌이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급식 일기>가 온통 먹을 것, 죄다 먹는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그런 평가에도 나는 그리 긁히지 않는다.


먹는 건 내가 할 이야기의, 쓸 글의 일부다. 먹는 이야기도 쓰지, 먹는 이야기만 쓰지 않는다.

또 먹는 얘기만 한다 해도 어떤가. 아주 긴 시간 동안 먹는 얘기만 하는 게 더 어려울지 모른다.


먹는 게 먹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먹는 건 모든 것의 시작일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싶은가. 그 누군가의 입부터 열어라. 협상은 배고픈 사람보다 배부른 자와 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밥 먹자’부터가 서사의 출발이다.




예전에 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출한 아이가 있었다. 부모도 아이를 찾지 않았다. 그 아이는 집을 나오고도 학교에 나왔다. 집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학교는 빠지지 않았다. 친구네 집을 떠돌다 쉼터에서 지냈다.


집을 뛰쳐나온 아이를 학교마저 내쫓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 아이에게 교사가 갈 데가 되어 안도했다. 그 아이에게 급식으로라도 따뜻한 한 끼를 먹일 수 있어서 기뻤다.




먹는다는 것은 그런 거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웃음이 되고,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사랑이 되고, 시작이 되고, 마무리가 되고, 쉼이 되고, 여유가 된다. 슬픔으로 오기도 하고, 아쉬움으로 머물기도 하고, 미련으로 남기도 한다.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먹는 게 없이는 충분할 수 없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급식으로 동료들과 전우애를 쌓고, 때로는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급식과 함께 채워진다.




이미지 출처: Pixabay Mi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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