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버지와의 대화(차를 팔며..)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헤아립니다
어머니께서 타시던 차를 가져오며
원래 타던 차를 당근에 매물로 올렸다.
01년생 어린 여자분에게 연락이 왔고,
경기도 화성에서 아버지와 함께 차를 보러 왔다.
구매 때부터 꼼꼼하게 관리하던 차였기에
이내 구매를 결정하셨고 따님은 아내와 함께 자동차 이전 등록을 하러 갔다.
그렇게 구매자 분의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니 선생님이신 것 같던데.."
"맞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들 보면 아이들 가르치기가 너무 어려워 보이는데,
많이 힘드시겠어요"
"흉흉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행복한 일들도 많습니다"
따님과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둘은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자동차 회사에서 27년째 근무 중이라고 하셨다.
"27년이면 너무 대단하시네요.
어렸을 땐 몇 년 근무하셨다 하면,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직장에 다녀 보니 알겠더라구요.
그 시간이 버티고 버틴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시간이란 걸.
아버지, 어머니에 그 시간들이 어떤 시간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겠더라구요"
"맞습니다.
저도 이제야 조금 부모님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퇴근 후에 말없이 계셨던 아버지가 왜 그러셨는지,
그 시간이 어떤 의미셨는지 이제야 조금 압니다.
허허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 존경하는 사람을 적으라고 하면 늘 부모님을 썼다.
왜 존경하냐고 묻는다면 구체적으로 답하진 못하겠지만
그때는 왠지 마음이 그랬다.
어느덧 40이 넘은 내게 만약 누군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부모님'이라고 답할 것 같다.
초등학교 때와의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왜 부모님들을 존경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부모님의 희생 위에 서 있음을
이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