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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부끄럽지 않게' #3

by 부끄럽지 않게


이른 아침,

출근해 마지막 수업 자료를 출력하고

내용을 한번 더 정리하던 그 때.


똑똑.

교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수업에서 만날 아이가 서 있었다.


"이렇게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교실에 히터는 켜뒀는데 작동이 잘 안돼?

아니면, 혹시 몸 안 좋아?"


이 시간에 올 일이 없는데

아이가 찾아오니

걱정부터 밀려 왔다.


"저, 이거 드리려고 왔어요.

오늘 봬면 더는 선생님 못 뵙잖아요.

그동안 너무 감사합니다.

편지도 있는데,

편지는 수업 다 끝나고 읽어 주세요.

부끄러워요"


아이의 부탁대로

퇴근하고 집에 와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보잘 것 없는 나를 향해 전해 준

참으로 과분한 마음.


과분한 믿음과 마음이니

그 믿음과 마음에 부합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지 다짐해 본다.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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